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개성공단 방문 사실을 밝힌 지 하루 만인 20일 북한이 방북 허가를 철회하면서 북한의 외교적 결례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일단 북한의 전격적인 '반 총장 방북 불가' 결정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최종적으로 반 총장의 개성공단 방문이 현재 한반도 정세 개선과 관련해 '건질 것이 없다'고 판단한 결과로 풀이된다. 북한 입장에서는 반 총장의 개성공단 방문이 '이득은 별로 없지만 부담은 명확한' 이벤트에 불과했다는 이야기다.

유엔 사무총장 직속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신화 고려대 교수는 "김 제1비서 입장에서는 북한에서도 반 총장을 영접하기 위해 최고위급 인사를 개성에 보내는 것이 부담됐을 것"이라며 "반 총장이 오더라도 뚜렷한 반대급부도 없는데 정치적 고려 사항이 지나치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이 교수는 "반 총장이 북한을 움직이게 하려면 유엔에서 상당한 '선물'을 준비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유엔 전체적으로 봤을 때 반 총장이 쓸 수 있는 예산이나 정치적 영향력은 제한적이다"고 설명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국제사회에서 김정은 체제에서의 잇따른 숙청·처형 등 '공포정치'가 부각되고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에 대한 비난과 추가 제재 필요성이 대두되는 상황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교당국과 군부 간 의견 조율 과정에서 자신들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의 주체인 '유엔'의, 그것도 한국계 수장이 개성공단에 들어온다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군부의 입김이 막판에 더 세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