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일제 강점기 한반도 반출 문화재 목록을 갖고 있으면서도 한국의 반환 요구를 우려, 이를 장기간 은폐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일본이 1965년 국교 정상화 과정에서 문화재를 선별, 귀중 문화재를 반환 대상에서 제외하고 문화재 강탈을 보여주는 문서도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오노 게이치(小野啓一) 외무성 동북아과장이 일본 정부를 대리해 도쿄 고등법원에 제출한 진술서를 통해 "시민단체가 공개를 요구한 문서에는 그동안 한국 정부에 제시하지 않았던 문화재 목록이 포함돼 있다"면서 "이를 공개할 경우, 한국이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본 시민단체 '한일회담 전면공개를 요구하는 모임'이 관련 문서 공개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 도쿄지방법원은 지난 2012년 10월 궁내청 쇼료부(書陵部) 소장 서적 목록, 도쿄국립박물관 소장 한국 관계 문화재 일람표, 데라우치(寺內)문고 관련 기록 등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이 문서들은 국교 정상화에 대비, 일본 정부가 한반도 반출 문화재의 유출 경위, 취득 가격 등에 관해 광범위한 조사를 실시해 만든 것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문서를 공개할 경우, 국익에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항소했고, 도쿄 고등법원은 25일 이 주장을 받아들여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