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1일 세월호 침몰사고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 본회의에 보고하면서 첫 문턱을 넘었지만 여야의 입장차가 여전해 순탄한 국정조사를 장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누구를 증인으로 부를 것이냐, 대상기관을 어디까지 할 것이냐를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예고하며 벌써부터 치열한 2라운드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논란 끝에 청와대를 조사 범위에 포함하는 데 일단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대상에 대해선 '동상이몽'이다.

새누리당은 안보를 담당하는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까지는 양보할 수 있어도 청와대 전체를 조사하는 것은 '정쟁 부추기기'라는 입장이다. 박근혜 대통령으로 '불똥'이 튀지 않게 해야 한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NSC뿐만 아니라 청와대 비서실까지 성역없이 국조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차적으로는 NSC를 책임지고 있는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외에 김기춘 비서실장까지 겨냥한 것이다.

특히 새정치연합은 '성역없는 조사'를 강조하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전·현직 대통령도 조사대상에 포함될 수 있음을 내비치고 있다. 전·현직 대통령에 대한 조사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새누리당과 샅바싸움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국가정보원이 국조 대상기관에 포함되느냐 여부도 '뇌관'으로 남아 있다.

이날 여야가 본회의에 보고한 '국정조사요구서'에는 국정원이 명시적으로 조사범위에 포함돼 있지 않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은 "요구서에 보면 '기타 조사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이라고 명시돼 있다"면서 "국정원 뿐만아니라 명시가 안된 교육부 등도 당연히 조사범위가 돼야 할 것이며 향후 국조계획서에 명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일단 본회의에 보고된 국조요구서를 토대로 국정조사계획수립 등 향후 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보여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새정치연합은 그동안 남재준 국정원장을 인적청산의 핵심인사로 지목해왔다는 점에서 국정원의 조사범위 포함 여부를 놓고 여야간 양보없는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아울러 여야는 아직 국조특위 운영을 책임지는 위원장 배분에 대해서도 합의하지 못하고 있어 조율이 필요하다.

새누리당은 특위 위원장의 경우 여야가 번갈아 맡는 관례에 따라 이번 위원장은 여당 차례라는 입장인 반면, 새정치연합은 정부·여당의 책임을 규명하는 국조이기 때문에 야당에서 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국정조사 기간도 여야간 쟁점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야당은 조사범위가 광범위한 점과 철저한 진상규명 등을 이유로 가급적 활동기간을 길게 잡으려할 것이지만 새누리당은 7·30 재보선에 미칠 영향 등을 감안해 콤팩트한 활동을 주장할 것으로 점쳐진다.

국정조사를 놓고 여야간 긴장이 높아지면서 국조 이후 추진될 특별검사 도입, 범국민적 진상규명위원회에 대해 벌써부터 여야간 충돌이 불가피한 게 아니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특검 수사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도입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반면에 새누리당은 검찰 수사가 미진할 때만 특검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민간기구도 포함돼 구성되는 범국가적 진상조사위원회의 진상규명 및 대책마련을 뒷받침할 특별법 제정에 대해서도 새정치연합은 관련 자료 제출과 증인 출석을 강제할 수 있는 특별권한을 부여할 것을 주장하고 있지만 여당은 '법의 테두리내 활동'에 무게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