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에 이어 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가 북한을 방문키로 함에 따라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킹 특사가 북핵 업무를 직접 담당하는 인사는 아니지만, 중국이 비핵화 대화 재개를 위한 중재 노력을 시작한 시점에 북미간에도 접촉이 이뤄진 것이 대화 여건을 조성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이번 방북은 최근 개성공단 정상화와 이산가족 상봉 합의 등 남북관계가 대화로 방향을 틀어 속도를 내기 시작하는 국면과 맞물려 이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이 남북관계 개선과 킹 특사의 방북을 6자회담 재개 드라이브를 거는 한 소재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 소식통은 28일 "우 대표에 이어 킹 특사까지 방북하면서 북핵 관련 분위기를 좋게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대화공세를 펴는 북한이 우 대표와 킹 특사를 통해 유화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경우 비핵화 대화 재개의 모멘텀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앞서 북한은 지난 6월 북미 고위급 대화를 미측에 공개적으로 제의한 바 있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 정부도 미국과 중국 인사의 방북 계기에 북한이 내놓을 메시지를 주시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다른 정부소식통은 "북한이 대화에 나서겠다는 기본 전략에서 우 대표가 오는 시점에 킹 특사의 방북 시점을 맞춘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화 분위기 조성 차원을 넘어 미중 인사의 방북이 북핵 관련 상황 변화로 이어지려면 핵 문제에 대한 북한의 근본적인 태도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대화론자 씨가 말랐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미국은 북핵 대화 재개와 관련해 이른바 '2·29 합의 플러스 알파(α)'라는 강한 전제조건을 내걸고 있다.
 

이는 양자·다자간 비핵화 대화가 성사되려면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있는 북한의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뜻이다.

6자회담 조기 재개를 요구하는 중국 역시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는 미국 등 다른 회담국과 공유하고 있다.

반면 헌법에 핵보유를 명문화하고 핵·경제 병진 노선을 채택한 북한은 핵 보유를 전제로 한 군축대화를 거론하고 있는 상태다. 정부 안팎에서는 북한이 이런 태도를 금방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킹 특사의 방북이 북미 대화로 바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높다.

외교부 당국자는 "전반적 분위기 조성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킹 특사 방북이 인도지원과 북미대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 것은 좀 무리"라고 말했다.

실제 과거 빌 클린턴·지미 카터 전 대통령 등 미국 고위인사가 자국민 석방을 위해 방북했을 때도 북핵 문제나 북미관계 개선에 미치는 영향은 별로 없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과거 미국 고위인사가 북한에 억류된 자국민을 데리고 나올 때도 일절 다른 협의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에디 전(한국명 전용수)씨의 석방으로 이어진 킹 특사의 2011년 6월 방북은 북미 고위급 대화와 2·29 북미 합의로 이어지는 밑바탕이 됐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킹 특사는 당시 이번과는 달리 북한에 대한 인도지원 문제 협의를 주요 임무로 식량평가단과 함께 방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