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데버러 허스맨(Hersman) 위원장은 7일(현지 시각) 브리핑을 갖고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사고가 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충돌하기 7초 전쯤 (양력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 기준 속도인) 137노트(시속 약 254㎞)보다 크게 낮은 속도로 날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 사고기는 사고 7초 전 관제탑으로부터 "공항 활주로에 진입하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경고를 받았고, 충돌 4초 전 조종석 내 경보장치(stick shaker)가 울렸다고 밝혔다. 충돌 1.5초 전 기장은 관제탑에 '고 어라운드(go around)'라고 보고했다. 위급 상황이라 급히 고도를 높이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충돌 4초 전에 조종석 내에서 경보가 울리는 건 조종사 대응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항공 위치 추적 서비스 업체인 '플라이트어웨어닷컴(flightaware. com)의 해당 항공기 기록을 본지가 분석한 결과, 사고기는 약 24초 전 이미 기준 속도(137노트) 이하로 비행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행기록에 따르면, 사고기는 북위 37.6045, 서경 122.3410 지점부터 속도가 134노트로 떨어졌다. 이 비행기록은 초단위 기록은 있지 않아 정확한 계산이 힘들지만, 공항 방조제에서 약 1500m 떨어진 지점으로, 항공기 속도를 감안할 때 충돌 약 24초 전이라는 추산이 가능하다. 한 항공 전문가는 "24초 전이라면 7초나 4초와 달리 조종사가 대처해볼 수 있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방조제와 충돌하는 순간 사고기 속도는 109노트(약 201㎞/h)였다.
 

①관제탑은 7초 전 경고

이에 따라 관제탑 경고와 조종사 경보장치가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일고 있다. 인하대 유창경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관제탑의 너무 늦은 경고가 사고 원인이라고 단정 짓긴 어렵지만, 관제탑도 비행기가 너무 낮게 비행하고 있다는 것을 7초보다는 더 앞서 경고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충돌 4초 전이라면 사고가 나기 200~ 300m 전이라 대응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교통연구원 한재현 기술연구실장은 "사고 나기 7초 전은 '찰나의 순간'"이라며 "비행기 경고 시스템이 늦어진 이유가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항 관제탑과 주변 항공기 간 교신 내용을 분석해보니, 사고 직전에 관제사가 바뀌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②낮은 착륙 각도와 느린 속도

이번 사고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 것이 사고 난 아시아나 여객기의 '낮은 착륙 각도와 느린 속도'다. 일반적으로 비행기가 착륙할 때 적정한 속도는 138~142노트(시속 256~263㎞), 내려앉는 각도는 3도가 적당하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비행기는 왜 착륙할 때 적정 속도와 각도를 유지해야 할까. 서울대 김종암 기계항공공학과 교수는 "비행기의 속도가 갑자기 '제로(0)'가 되면 아래로 뚝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비행기는 위로 뜨려는 힘인 '양력'과 아래로 떨어지는 힘인 '중력'이 균형을 맞춰야 떠다닐 수 있다. 양력이 더 커지면 비행기를 띄우고, 작아지면 비행기가 가라앉는다. 적당한 속도로 가라앉아야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다. 또 적당한 속도를 유지해야 만약 착륙에 실패해도 다시 속도를 높여 상승 동력을 얻는다.

한국항공대 송병흠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사고 당시를 보여주는 CNN 영상을 보면 이미 착륙 각도가 3도 아래로 떨어져 있는 것 같았다"며 "이렇게 되면 양력이 급격히 떨어져 위험하다"고 말했다. 인하대 유창경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사고 당시 동영상을 보면, 비행기가 거의 수평 비행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이는 이미 속도가 떨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조종사가 고도를 띄우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 속도를 올리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③자동착륙유도장치 고장

자동착륙유도장치(ILS)는 비행기가 활주로에 내려앉을 때 좌우나 상하 어떤 방향으로 와야 하는지 조종사에게 보여주면서 안전한 착륙을 유도하는 장치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선 내려앉을 상하 고도를 알려줘야 하는 글라이드 슬로프(Glide Slope)가 고장 난 상태였다. 한국항공대 항공운항학과 송병흠 교수는 "이 유도장치가 고장 나면 조종사들이 시계(視界·맨눈)에만 의존해 착륙해야 하기 때문에 운전하기가 훨씬 까다롭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대 김종암 기계항공공학과 교수는 "이 유도장치가 고장 났다고 하더라도, 당시 샌프란시스코 공항엔 초속 3.5m 정도의 약한 바람에, 기상 상태도 좋았기 때문에 훈련을 충분히 받은 조종사라면 착륙에 큰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