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산불을 끄다가 희생된 소방관 19명에 대한 애도가 줄을 잇고 있다.

미국 언론은 1일(현지시간) 전날 애리조나주 야넬 인근에서 발생한 산불 진화에 나섰다가 숨진 소방관들을 '영웅'이라 부르며 애도했다.

이들 희생자는 애리조나주 프레스콧 산불 진화 특수 소방대 소속이다. 험준한 산악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을 잡는 특수 훈련을 받은 소방관으로 구성된 이 소방대는 대원 20명 가운데 19명을 한꺼번에 잃었다.

유일한 생존 대원은 소방차를 옮기려고 다른 대원들과 떨어져 있다가 화를 면했다.

대원 평균 연령은 고작 22세로 알려졌다.
 

이들은 화염에서 몸을 보호하기 위해 특별히 제작된 개인용 방염 텐트를 소지하고 있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들은 최근까지 뉴멕시코주에서 산불과 싸우다 애리조나주 산불이 번지자 긴급 투입됐다.

미국에서 산불 진화 특수 소방대원은 100여명 뿐이다.

이들은 톱을 비롯한 중장비를 짊어진 채 험한 산악 지역을 두 발로 걸어 올라간 뒤 화재 현장에 최대한 접근해 불이 번지지 않도록 수목을 제거하는 작업을 한다.

숨진 소방대원 시신은 다행히 모두 수습됐다.

프레스콧 소방국장 댄 프라이호는 "우리가 아는 사람 가운데 가장 훌륭한 19명을 잃었다"면서 슬픔을 가누지 못했다.

프레스콧 소방서 청사에는 이들을 애도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추모객들이 가져온 꽃바구니와 성조기가 이들의 사진 앞에 산더미처럼 쌓였다.

미국 연방 삼림청은 이들을 '의무와 헌신의 핵심이자 가장 존경받아 마땅한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

잰 브루어스 애리조나 주지사는 이날 프레스콧 소방국을 방문해 "이들은 친구와 이웃, 그리고 낯선 방문자까지도 보호하려고 기꺼이 목숨을 바쳤다"고 칭송하고 "이들 용사를 우리는 언제까지나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아프리카를 순방 중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소방관들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그들은 영웅이었다"며 "이름도 모를 동료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자 자신을 돌보지 않고 위험 속에 뛰어들었다"고 애도했다.

애리조나주 존 매케인 연방 상원의원(공화)도 성명을 내 "이번 참사는 소방관들이 우리를 위해 매일 짊어져야 하는 커다란 위험을 다시금 상기시킨다"며 "그들의 희생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의 목숨을 앗은 미국 애리조나주 산불은 그러나 좀체 수그러들 기미가 없다.

산불은 무려 33㎢의 광대한 지역을 태웠다.

여의도 면적 4배에 이르는 숲을 태운 산불 때문에 건물 200여 채가 피해를 봤고 야넬 주민 700여명 가운데 500여명이 이재민 신세가 됐다.

산불 진압 특수 요원 18명을 포함한 400명의 소방관이 투입돼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진화율은 0%에 가깝다고 소방 당국은 밝혔다.

38℃가 넘는 기온에 건조한 사막성 강풍이 불어 진화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다행히 신속한 대피 덕에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밤늦게 소나기 예보가 있어 소방 당국은 희망을 걸고 있다.

비가 오면 불길이 잦아들 뿐 아니라 건조한 바람도 한풀 꺾일 것으로 소방 당국은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