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동포 인권운동가가 중국 국적 남자와 결혼한 탈북 여성들에게 영주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과 접한 중국 지린(吉林)성 훈춘(琿春), 옌지(延吉)와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시에서 탈북자들을 돕는 재미동포 인권운동가인 A 목사는 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가 한족, 조선족과 결혼한 탈북 여성 사이의 자녀에게는 거소증을 주면서 정작 아이의 어머니인 결혼 여성에게는 아무런 대책을 세워주지 않아 북한 공안에 잡혀 끌려가는 사례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탈북자 관련 인권단체를 맡아 운영하는 A 목사는 이어 "어머니가 북한에 끌려가 모진 학대와 인권 유린을 당하고 가정은 파탄에 이른다"면서 "중국 정부, 한국 정부, 유엔난민기구(UNHCR)가 나서서 이들을 구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들이 중국에서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영주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탈북 여성과 결혼한 중국 국적의 남성은 주로 시골 노총각, 도시의 정신지체아, 반신불수 등 사회생활이 어려운 사람들. 이들과 함께 부부의 연을 맺은 탈북 여성들은 아이 낳고 살기는 하지만 신분 때문에 집 밖으로 나오지도 못하고 숨어 사는 신세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현재 탈북해 중국 남성과 사는 여성은 5천여 명. 이 가운데 30%는 결국 북한 공안에 붙잡혀 북으로 송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어머니가 잡혀가면 아버지는 술로 나날을 보내며 아이를 두들겨 패고 살림을 부수는 등 파탄에 빠지고, 아이도 할머니 손에 자라기에 가정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중국 정부도 이 문제를 알고 있으면서도 손을 놓고 있다"고 전했다.

A 목사는 지난 2011년부터 한국 국회, 인권단체, 미국 국무부, UNHCR 등을 찾아가 이 같은 현실을 몇 차례 알렸지만 아직 어떤 답변도 받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중국에 있는 동안은 어머니에게 영주권을 줘야 합니다. 무작정 주면 안 되니까 중국의 ○○○○년 ○월 이전에 들어온 사람에게는 주고 그 후에 온 사람은 주지 않는 등 딱 정해놓고 주면 됩니다. 최소한 가정은 파괴하지 않도록 해야지요. 대신 그걸 빌미로 남편이 폭행할 수 있습니다. 남편이 사망하거나 같이 못살 부득이한 사정이 생길 수도 있는데, 그땐 UNHCR에 물어서 처리하면 됩니다."

그는 단둥 지역에 직장을 구하러 왔다가 오갈 데 없는 북한 사람들을 수용해 북한 실상을 알리는 교육도 하고 있다.

단둥의 출입경관리소 통계를 보면, 북한에서 비자를 받아 단둥에 넘어온 사람은 한 달에 5천 명 정도. 이 가운데 절반은 중국에 친인척을 둔 먹고 살 만한 사람이거나 유학생, 취업 지망생이라는 것.

"21개의 도장을 받아 2∼3개월 체류 비자로 중국에 오지만 일자리 잡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30∼40명 정도는 오갈 데가 없는데, 이들을 일주일에서 열흘 동안 먹이고 재우면서 교육을 해요. 왜 한국, 중국, 미국이 잘사는지. 북한은 왜 못사는지 등을 알려주죠. 북한에 다시 들어갈 때는 식량, 돈, 약품, 의류 등을 줘서 들여 보냅니다."

A 목사는 "앞으로 중국에서 활동하며 북한 지역에 원가로 식량(강냉이 가루·강냉이 국수)을 파는 일을 하고 싶다"면서 "이 일은 인권운동가나 단체들이 직접 나서기보다는 중국 현지인(조선족 포함)이 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메릴랜드주에서 목회 활동을 하다가 지난 1999년부터 탈북자 문제에 관심을 둔 A 목사는 수전 솔티 미국 북한자유연합 대표와 중국 대사관 앞 시위 등을 펼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