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에서 한 승려가 소 도축에 반대하며 분신했다가 하루 만에 사망, 파문이 일고 있다.

승려 보와테 인다라트나(30)는 지난 24일 수도 콜롬보에서 동쪽으로 115km 떨어진 캔디시(市) 소재 '불치사'(佛齒寺·Temple of the Tooth) 앞에서 시민과 경찰관 등이 보는 앞에서 온몸에 기름을 끼얹고 라이터로 불을 붙여 중화상을 입은 뒤 콜롬보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다가 하루 만에 사망했다고 AFP 통신이 27일 보도했다.

스리랑카인들이 신성한 곳으로 여기는 불치사에는 부처의 치아를 보관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리랑카에서 승려가 분신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자신의 주장을 담은 전단을 시민에게 나눠 주고서 분신했고 이에 경찰 등은 양동이에 물을 떠 불을 끄려 했다.

이런 장면은 고스란히 방송을 탔다.

방송은 그가 분신 직전 "이것은 자살이 아니라 희생"이라면서 "스리랑카에선 매일 아침 5천마리 이상의 소가 도축되는데 이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밝힌 장면도 내보냈다.

그가 사망하자 불교신자 200여명은 26일 수도 콜롬보에서 마힌다 라자팍세 대통령 관저 부근 도로를 점거한 채 인다라트나에 대한 국장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 참가자들은 얼마 후 자진 해산했으나 앞으로도 소 도축 반대 주장을 관철하고자 정부에 계속 압력을 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정부는 국장 요구에 아직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불교계도 국장을 계속 요구할지에 대해 의견일치를 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리랑카에선 불교계가 동물 도축을 금지함에도 육류섭취를 위한 도축행위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극단적 불교신자들이 이슬람 도축방식을 거친 육류섭취를 반대하는 운동을 벌여 종교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일어났다.

인도 남쪽 인도양에 자리한 섬나라 스리랑카에는 인구 2천만명 가운데 70%인 싱할리족이 불교신자다. 그외 이슬람, 힌두교, 천주교 신자들이 소수로서 거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