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질 마초 문화’의 상징인가, 조롱과 놀림으로 점철된 B급 정서의 발현인가.

싸이(본명 박재상·36)의 ‘젠틀맨’ 뮤직비디오가 19일 유튜브 조회수 1억5000만 건을 넘기며 순항하는 가운데, 뮤직비디오에 그려진 장면들에 대한 찬반 논란이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지나친 여성 비하와 공공시설 훼손 등이 주요 논란 장면이다. 급기야 공영방송 KBS가 18일 공공시설 훼손 장면(사진)에 대해 ‘방송 부적격 판정’을 내리면서 논란은 더욱 가열되고 있는 상황이다. 뮤직비디오 도입 부분에 싸이가 주차금지 시설물을 발로 걷어차는 장면이 공공시설 훼손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KBS 측은 “남녀노소 모두 시청하는 뮤직비디오 심의 기준에서 공공시설물 훼손 부분에 대해서도 엄격한 잣대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공공시설 훼손에 대한 선은 지켜져야 한다”와 “융통성 없는 KBS의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네티즌 의견이 맞섰다. 정치권도 가세했다. 민주통합당은 19일 KBS 판정에 대해 “특정한 장면만을 문제 삼는 것은 과도한 조치”라며 “1970년대 심의기준으로 재단하는 것은 한류 열풍을 가로막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뮤직비디오에 나타난 여성 비하 문제도 찬반 논란이 뜨겁다. 의자를 빼고 넘어뜨린 여성을 잡아주는 척하다 다시 밀어내거나 방귀 냄새를 담은 손을 여성의 입에 갖다대는 장면이 도마에 올랐다. 특히 여성의 비키니 끈을 풀어버리고, 수영장에 누워 있는 남성의 얼굴 위에서 비키니 입은 반라의 여성들이 엉덩이를 흔드는 장면에선 ‘학대’와 ‘재미’라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 외국인은 유튜브 댓글에 “나는 이 ‘젠틀맨’ 노래가 싫다. 이 노래는 남자가 여성을 성적으로 학대하는 것 외엔 없다. 우리 남자아이들이 보기엔 끔찍하지 않은가”라고 썼다. 또 다른 게시판에는 “뮤비 전체가 너무 더럽다” “개인적 변태성 성적 판타지를 교묘히 희화화시킨 포르노 그래피일 뿐이다” 등 강도 높은 비판도 적지 않았다.

반면 “‘싸군’ 말대로 즐겁게 즐겨라” “사실 욕 얻어먹을 짓거리지만, 이 모든 게 싸이니까 웃고 넘기는 거다” 등 옹호론도 만만치 않았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지금은 애국심에 기초한 ‘침묵의 나선 이론’(지배적인 여론과 일치하면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그렇지 않으면 침묵하는 성향)으로 논란이 시작되고 있는 단계”라며 “시간이 지나면 장면의 불편성 때문에 논란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