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에 이어 KT도 가입자끼리 무제한 음성통화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발표함에 따라 이동통신 요금제가 데이터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될 전망이다. 이동통신사들이 더 이상 음성을 통한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 데이터를 주매출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22일 SK텔레콤이 가입자간 음성통화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T끼리' 요금제를 내놓았다. 1주일만에 KT는 반격에 나섰다. T끼리 요금제와 비슷한 '모두다 올레' 요금제를 4월1일 출시한다. 특히 KT는 망내 음성통화는 물론 영상통화까지 무제한으로 제공한다. 
 

SK텔레콤은 지난 22일 가입자간 음성통화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T끼리' 요금제를 내놓았다.

망내 무제한 음성통화의 혜택은 가입자가 많은 SK텔레콤에서 두드러진다. SK텔레콤의 가입자는 2700만명으로 전체 이동통신사의 절반을 차지하는 만큼 망내 통화비중이 50%가 넘는다. 반면 KT는 30% 내외에 불과하다.

SK텔레콤은 T끼리 요금제가 매월 2000원의 요금인하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2011년 실시한 기본료 1000원 인하보다 요금인하 효과가 더 큰 셈이다. 실제로 T끼리 요금제는 출시 3일만에 가입자 20만명을 돌파했는데 이중 절반은 기존보다 낮은 요금제로 갈아타는 것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이 망내 음성통화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을 수 있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음성매출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어서다. SK텔레콤은 지난 2010년 2분기 음성매출과 데이터 매출이 같아졌고 그해 3분기 데이터 매출이 앞섰다.

LG경제연구원은 "스마트폰 이전 시대 이통사의 주수익원은 음성과 SMS(단문메시지)였지만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음성과 SMS 수익이 줄고 대신 데이터 매출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동통신사들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음성통화가 아닌 데이터 매출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재 음성통화 중심의 요금제를 데이터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T끼리 요금제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의 전환의 시발점이다.

현재 대표적인 음성통화 중심 요금제는 3G 스마트폰 요금제 '올인원'이다. 월 5만4000원이상 요금제는 모두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하나 음성통화 제공량이 다르다. 올인원 요금제는 음성통화 제공량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는 전형적인 음성통화 중심 요금제다.

T끼리 요금제는 올인원 요금제와 반대다. 모든 요금제에서 망내 음성통화를 무제한으로 제공하고 제공하는 데이터에 따라 요금 수준이 달라진다.

과거 음성통화를 많이 쓰고 싶은 사람이 높은 요금제로 갈아타야 했다면 앞으로는 데이터를 더 쓰고 싶은 사람이 높은 요금제로 갈아타야 하는 셈이다.

당장 데이터를 더 주는 높은 요금제로 갈아타야 한다는 수요는 많지 않다. 아직까지는 제공하는 데이터도 다 쓰지 못해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LTE62 요금제 가입자는 평균 3.2GB(기가바이트)의 데이터를 사용해 43.3%의 데이터를 남기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데이터가 더 필요해질 가능성이 높다. 데이터를 많이 쓰는 동영상 서비스나 클라우드 서비스 사용이 많아지고 있다. 또 스마트폰은 데이터 사용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고성능 풀HD 스마트폰으로 동영상 소비와 네트워크 게임 등을 활성화될 전망이다.

특히 SK텔레콤과 KT가 기존 1대당 몇 천원씩 받았던 LTE 데이터 함께쓰기를 2대까지 무료화한 것도 데이터 사용을 늘리기 위한 방법이다.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22일 주주총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T끼리 요금제보다) 데이터 함께 쓰기에 더 주목한다"며 "제조사, 미디어, OTT(인터넷망을 통한 서비스) 등 ICT(정보통신기술) 산업 전반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제공되는 LTE 데이터량을 여러 기기에서 나눠 쓰다보면 데이터가 더 필요할 것으로 봤다.
 

KT는 4월1일 LTE 스마트폰 가입자가 망내 음성통화 및 영상통화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모두다 올레' 요금제를 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