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탄수화물을 너무 많이 드셨네요." "유산소와 근력 운동을 좀 더 늘리셔야겠는데요."

과식을 하거나 운동을 게을리하면 스마트폰한테 이런 잔소리까지 듣는 세상이 됐다. 손목이나 허리춤에 찬 작은 기기가 나의 활동량을 실시간으로 체크한다. 이 내용은 블루투스(근거리무선통신)를 통해 곧바로 스마트폰으로 전송된다. '잡곡밥 한 공기, 육개장 한 그릇' 등 이용자가 스마트폰에 직접 입력한 식사량과 합쳐진다. 오늘 하루 얼마나 먹고, 움직였는지 칼로리(㎈)로 환산돼 고스란히 스마트폰에 기록되는 것이다.

스마트폰은 이용자가 조금이라도 나태해진다 싶으면 문자 알림·이메일 등 다양한 방법으로 경고를 보내 운동을 독려한다. "한 달째 줄넘기를 하고 있는데 살이 안 빠져요"와 같은 고민을 스마트폰 앱에 올리면, 각 분야의 건강·영양·운동 전문가가 실시간으로 댓글을 달아주고 오프라인 상담도 해준다.
 

굳이 병원이나 헬스장에 가지 않아도 스마트폰을 통해 원격으로 운동량과 건강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IT 건강관리 시대'가 열리고 있다.

SK텔레콤은 27일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인 '헬스온(Health-On)'을 출시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혼자서 운동을 하면 '작심삼일'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스마트폰을 개인 주치의·헬스 트레이너처럼 쓸 수 있는 서비스"라면서 "우리 회사 비만 직원 30명을 대상으로 시험 운영을 해보니 3개월 만에 평균 8.8㎏의 체중 감량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일단 기업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판매하고, 하반기엔 개인 고객에게도 선보일 계획이다. 가격은 월 2만~3만원 선에서 책정될 전망이다. 육태선 신사업추진단장은 "2015년 이후엔 혼자서 관리가 어려운 당뇨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라면서 "금연·절주 등을 위한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4'도 손목·가슴 밴드 등 다양한 액세서리와 연동해 하루 동안 내가 얼마나 걸었는지, 잘 때 얼마나 뒤척이는지 등의 정보를 수집·분석해 건강관리를 해주는 'S헬스' 기능을 탑재했다.

내년 2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국내 헬스케어 산업에는 이동통신사들이 적극적이다. 국내 이동전화 가입자가 포화상태에 다다르면서, 기존에 깔린 통신망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신사업에 주목하는 것이다.

LG유플러스는 여성 고객을 공략하기 위해, 작년 비만 관리 전문 한의원과 손잡고 맞춤형 다이어트 서비스 '체인지U'를 선보였다. 한의사·영양사가 개인별 생활습관·체질량·운동량 등을 분석해 '걷기 30분, 물 2L 마시기, 소주 2잔 이상 넘지 말기'와 같은 과제를 직접 환자에게 내주면, 스마트폰을 통해 수행 결과를 입력하고 다시 피드백을 받는 형태다. 컴퓨터에 있는 데이터베이스(DB)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전문가가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에 글을 올리듯 과제를 내주고 상담도 해주는 서비스다. 가격은 월 12만원.

KT도 작년 연세대의료원과 함께 후헬스케어를 세우고, IT와 접목한 의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의사가 회진을 다닐 때 태블릿PC 하나로 환자의 진료 이력을 확인하고, 병원 진료 예약부터 접수·입원·수납·퇴원까지 모든 절차를 스마트폰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 등을 곧 선보일 계획이다. KT는 2016년까지 의료 관련 누적 매출 1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 3사 간 치열한 '헬스케어 삼국지'가 벌어지고 있다"면서 "보통 스마트폰을 자주 쓰면 건강에 해롭다고 하지만 이젠 자주 사용할수록 건강해진다는 얘기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