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용만(46)이 10억원대 불법 스포츠도박을 한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은 뒤 당분간 자숙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평소 성실한 모습과 재치있는 진행으로 사랑받은 김용만이 거액의 불법도박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자 김용만이 MC를 맡고 있는 방송 프로그램에 비상이 걸렸다. 김용만은 현재 KBS2 '비타민', '이야기쇼 두드림', MBC '섹션TV 연예통신', SBS '스타 부부쇼 자기야', JTBC '닥터의 승부' 등의 MC로 활약하고 있다.

김용만이 불법도박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은 사실이 21일 오전 알려지자 김용만이 진행하는 프로그램 관계자들은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김용만은 이날 오전 8시 '자기야' 측에 연락해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21일 밤 11시대에 방송하는 '자기야'는 김용만의 분량을 최대한 편집해서 방송한다. 아울러 이날 예정된 2013년 특별기획 '자기야-뜨거운 지갑' 시리즈 녹화는 김용만을 뺀 김원희와 전문가 그룹의 집단토크 형식으로 녹화한다. SBS측은 "앞으로의 계획은 논의를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KBS와 MBC측 관계자들도 "회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전례에 비춰 김용만의 방송하차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박성진 부장)에 따르면 김용만은 지난 2008년부터 일명 '사설 스포츠토토'로 불리는 2~3곳의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지속적으로 이용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검찰은 김용만의 도박 자금 규모가 총 10억여원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용만은 지난 19일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에서 밤 늦게까지 조사받았고 검찰 조사에서 대부분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체육진흥법상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스포츠 베팅은 '스포츠토토' 뿐이며 이외에 사설로 운영되는 스포츠 도박 사이트는 모두 불법이다.

김용만은 "매니저와 함께 취미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끊을 수 없게 됐고 돈도 수억 원 잃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용만과 먼저 검찰 조사를 받은매니저 양모(43)씨는 주로 영국 프리미어리그 등 해외축구 경기의 승패와 점수를 맞히는 불법 스포츠도박에 회당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이 넘게 베팅해 한 달에 수천만원씩 쓴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만의 도박 혐의는 검찰이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을 적발해 수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김용만이 혐의를 인정한 점을 고려해 불구속 기소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