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정란(31)은 자신의 이름을 단 정규 앨범이 이제 나왔으니 신인이지만, 이미 10여년 이상 차곡차곡 자신의 음악적 이력서를 꽉 채워왔다. 그의 재능을 알아본 고등학교 은사가 학교 졸업 후 삼청동에 있는 재즈바를 데려간 것이 음악과의 직접적인 인연을 맺는 계기가 됐다. 19세 때 재즈바에서 시험 삼아 노래를 불렀고, 그 다음날부터 무대에 섰다.

탱고 프로젝트 그룹 라벤타나 보컬리스트로 2011년 한국대중음악상 재즈 최우수 크로스오버 음반을 수상하기도 했다. 라틴 밴드 로스아미고스에서 객원 보컬로 활동했고, 재즈 피아니스트 조윤성과 자라섬 국제 재즈페스티벌 메인 무대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 온전히 자신의 음악으로 가득 채운 첫 앨범을 내놓았다.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충정로 1가 본사 사무실에서 정규 1집 ‘노마디즘’을 발표한 정란을 만났다.

“첫 앨범이 늦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지금까지 뒤로 가본 적은 없어요.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갔죠. 처음부터 제가 가지고 있던 걸 차곡차곡 모아 이 때쯤 음반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이번 음반은 뉴욕에서 활동하는 재즈 뮤지션이자 프로듀서 루벤 사마마가 프로듀싱을 맡았다. 루벤 사마마는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거장 음악학자 레이오 사마마의 아들이며 헤이그 왕립음악원과 맨해튼 음악학교에서 재즈 퍼포먼스를 전공한 베이스 연주자다.

“국내에서 프로듀서를 못찾아 고민하고 있을 때 루벤을 알게 됐어요. 서로 데모를 들어보고는 마음에 들어 곧바로 뉴욕으로 달려갔죠. 2주간 머물며 작업을 했는데 최고의 파트너였어요. 하루에 3곡씩 작업한 날도 있었죠. 루벤 덕에 캐나다 여가수 파이스트의 세션들이 제 음반에 참여했어요. 운이 좋았죠.”

앨범명 ‘노마디즘’은 특정한 가치와 삶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는 철학적인 뜻이다. 우리말로는 ‘유목주의’라고 해석된다. 타이틀곡은 ‘수중고백’과 ‘나의 용사’ 두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