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정연주 부회장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증자와 관련해 단독으로 1조4,000억원을 증자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사업에는 삼성물산을 제외한 28개 민간업체가 참여했으며, 현재 출자사들은 삼성물산의 참여 여부를 지켜 보고 있다. 용산개발사업의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PFV)는 5일 이사회를 열고 590억원 CB발행을 승인하는 등 3건의 안건을 리했다. 이날 이사회에는 10명의 이사 중 코레일 3명 등 총 9명의 이사가 참석했다.

이번 CB발행은 3자 배정방식으로 출자사 지분 비율에 상관없이 참여 출자사가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이 사회는 또 대한토지신탁으로부터 손배배상액 257억원을 회수하기 위한 토지담보건 대신 출자사들의 지급보증을 담보로 제공하는 안을 수정 승인했다.

30조원 규모의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앞으로 일주일 내에 명운(命運)이 판가름난다. 삼성물산이 단독으로 증자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상황에서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도 "선례를 남길 수 있다"며 이 사업에 개입하는 데 부정적인 뜻을 밝혔다.

오는 12일 59억여원의 이자를 막더라도 3~4월에만 500억원가량의 금융 비용 납부 시한이 차례로 돌아오기 때문에 특단의 해법이 나오지 않으면 이 사업은 파산으로 끝맺을 수밖에 없다.

자금난을 피하기 위해 코레일이 마련한 대안은 일단 무용지물이 됐다. 현재 삼성물산을 제외한 민간 출자사가 1조원 이상을 조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른 민간 출자사들은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어서 그간 2500억원 전환사채(CB) 발행에도 번번이 실패했다. 코레일은 또 다른 민간 건설사가 출자에 나서도 된다는 입장이지만 건설 경기 침체로 잔뜩 움츠러든 건설업계에서는 대부분 부정적 반응이다.

파산을 미룰 수 있는 해법으로 기대를 모았던 손해배상 소송 승소액 440여억원도 기한 내에 받기 어렵다. 사업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는 지난 2월 초 용산사업 부지 내의 토지를 국가(우정사업본부)가 4년가량 무단 사용한 것에 대한 1심 재판에서 승소했다. 하지만 우정사업본부는 파산을 목전에 둔 드림허브에는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 돈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신 사업부지를 신탁 받은 대한토지신탁에만 250여억원을 지급했다.

민간 출자사들은 1조4000억원의 증자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그동안 실패했던 2500억원 규모의 CB 발행을 재추진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입장이다.

정부나 코레일이 우정사업본부가 대한토지신탁에 준 승소액의 일부인 250여억원을 드림허브 측이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방법이다. 개발사업 절차상 땅을 신탁했을 뿐이어서 결국 승소액은 토지 소유주인 드림허브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 돈을 돌려받으면 일단 급한 불을 꺼 6월까지 파산을 미루면서 대안을 모색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