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리메이크 작품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현재 방영 중인 SBS‘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2002년 일본에서 방영된 ‘사랑 따윈 필요 없어, 여름’을 원작으로 삼고 있다. 노희경 작가는 제작발표회 당시 “원작이 너무 일본적이라 이해가 어려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현재 상황에 맞는 계절적인 설정을 바꾸고, 한국 정서에 맞는 인물로 재탄생시킨 것.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수목드라마 3파전 중 시청률 1위에 등극하며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렇듯 원작을 잘 살리는 동시에 한국 정서로 승화시켜 원작과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해 성공을 거두는 사례도 있으나, 이를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2012년 방영된 MBC ‘닥터 진’은 2011년 방영된 일본드라마 ‘진’을 원작으로 삼았다. ‘진’은 일본의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역사 속 인물이 등장하는 퓨전 시대극이었기에 한국 정서와 잘 버무려지지 못했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에 한류스타들의 출연에도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지난 2012년 방영된 TV조선 ‘프러포즈 대작전’, SBS ‘아름다운 그대에게’ 역시 일부 시청층만을 고려한 드라마로, 지나치게 과장된 만화적인 설정과 원작을 답습하는 전개로 다소 진부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이는 시청률 평가로 드러났다. 두 작품 다 제작 당시의 화제성에 비해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맞이하며 쓸쓸히 종영을 맞았다.

이렇듯 한국적인 정서로 재해석 되지 못해 시청자들의 공감에 실패하거나 원작의 구성을 그대로 답습해 향후 전개에 대한 호기심이나 극적인 긴장감을 유발하지 못하는 경우 이는 원작의 인기 여부와는 상관없이 실패를 맞게 된다. 그러나 리메이크가 잘 이루어졌을 경우, 한 번 검증된 작품인 만큼 실패할 확률을 줄어들고 안정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일본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리메이크 붐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25일, 김혜수와 오지호가 KBS 방영 예정 드라마 ‘직장의 신’에 출연 확정을 지었다. 본 드라마는 2007년 방영 당시 인기를 끌었던 ‘파견의 품격’의 원작이다. 또한 지난 1월 고현정 역시, 2005년 일본에서 방영된 ‘여왕의 교실’의 동명 리메이크 작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에 일본드라마의 독특하고 참신한 소재와 한국적인 정서가 조화를 이룬 웰메이드 리메이크 드라마가 탄생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