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수재들이 의과대학으로 몰려가는 가운데, 일부 의과대학 학생이 교수 인원이 턱없이 부족한 교육 여건에 방치되고 있다. 의대 설립 요건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대학들이 의대 경쟁에 뛰어든 부작용으로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서남대 의대(전북 남원)는 올해 1학기 의학과 1~4학년이 수강하는 내과학, 생리학, 외과학 등 38개 과목을 가르치는 학사 일정에 담당 교수가 25명에 불과하다. 외과 교수가 내과학을 가르친다고 수업 시간표가 작성돼 있기도 하다. 전임 교수가 아닌 중소병원 의사가 학생을 지도하기도 한다. 한 교수가 3~4개 과목을 가르치고, 타 대학교수가 학생을 가르치는 '땜질 수업'이 많다. 서남의대는 부속병원 인가가 취소되어 임상 실습마저 전임 교원이 없는 전주 예수병원으로 임시 위탁된 상태다. 서남대는 설립자인 이홍하(75)씨가 교비 1004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다가 병보석으로 풀려나 '향판 논란'이 일었던 곳이다.

이에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은 지난달 28일 긴급판정위원회를 열고 서남의대에 대해 정상적인 의학 교육 여건을 갖추지 않았다며 '불인증' 판정을 내렸다. 의평원은 "학생들을 보호하려면 일단 정상 교육이 가능한 의대로 전학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관동의대도 학생 교육을 전담할 부속병원이 없어 진료 실습 교육을 임시방편으로 일반 병원에 전담시키는 '전세 교육'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올해부터 관동의대 전임 교수가 한 명도 없는 경기도 광명성애병원에서 임상 실습을 하고 있으며, 이 병원 응급실 건물 지하에 마련된 임시 강의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안덕선(고려대 의대 교수) 의평원장은 "선진국에서는 의학 교육 수준이 부실한 것으로 드러나면 바로 의과대학 인가를 취소한다"며 "교과부가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학생들의 추가 피해도 막고 의학 교육도 정상화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