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권 출범을 앞두고 가계 부담으로 직결되는 식품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올해 들어 된장ㆍ고추장ㆍ간장 등 장류부터 밀가루ㆍ두부ㆍ김치에 이르기까지 일상 밥상에 오르는 식재료는 대부분 값이 올랐다. 지난해 정부 규제로 가격 인상을 주저했던 업체들이 감독이 느슨해진 틈을 타 서둘러 인상에 나선 것이다. 특히 일부 식품은 원재료 가격 상승폭을 웃도는 인상에 나서 장바구니 부담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12월 19일 대통령 선거는 사실상 식품 가격 인상의 신호탄이었다. 다음날 하이트진로는 12월 22일부터 소주 `참이슬`을 8.19% 인상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뒤이어 지난달 17일 롯데주류가 처음처럼 등 소주 출고가를 8.8% 올리며 양대 소주 가격 인상이 완료됐다.

주류에 이어 식품 가격은 지금까지도 꼬리를 물고 인상되고 있다.

지난달 11일 CJ제일제당이 장류 가격을 전격 7.1% 올린 데 이어 이달에는 샘표식품이 간장 출고가를 평균 7% 인상했다. 또 대상은 이달 18일 장류와 조미료 등 주요 품목을 평균 8.4% 올렸다.

장류 값이 인상되자 이번에는 김치 값도 들썩이고 있다. 대상FnF의 종가집은 대형마트와 백화점에서 파는 김치제품 250여 개 품목 가운데 포기김치 등 50여 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7% 이상 인상했다.

신세계에서 파는 3.7㎏ 포기김치의 경우 2만6500원에서 2만8500원으로 8.8% 올랐다. 1.9㎏ 맛김치는 1만5500원에서 1만6500원으로 1000원(6.5%) 올랐다.

업계 1위 대상FnF의 김치 값 인상으로 풀무원과 동원 등 다른 업체들은 가격 인상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줄게 됐다. 풀무원은 이미 유통업체에 김치 가격을 올리겠다고 통보했으며, 대상FnF와 비슷한 선에서 인상폭을 조율 중이다. 동원도 인상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식품업체들은 가격 인상의 주요 이유로 원재료 값 인상을 꼽고 있다. 최근 원화값 강세로 밀가루 등 수입 원재료 가격이 다소 안정되고� 있지만 지난해 억제됐던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삼양사는 20일부터 밀가루 전 품목 가격을 평균 8∼9% 인상한다. 앞서 CJ제일제당(8.8%), 동아원(8.7%), 대한제분(8.6%) 등 주요 밀가루업체는 이미 가격을 모두 올렸다. 이로써 제분업체들은 비슷한 수준(8.6~8.8%)에서 가격 인상을 완료했다.

밀가루 값 상승은 이를 원재료로 하는 과자, 라면, 빵 가격 인상으로 연결될 것으로 우려된다.

장류, 밀가루, 김치 등 식품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장을 보러 나온 주부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밀가루 값 상승으로 과자와 라면 값도 연이어 오를 것으로 우려된다. 이미 과자 가운데 프링글스가 먼저 기업형슈퍼마켓(SSM) 등에 공급하는 감자칩 가격을 이달 25일부터 평균 10%가량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표 제품인 110ｇ짜리 `오리지날`은 2480원에서 2730원으로 오른다.

밀가루 값에 이어 라면과 빵 등의 가격이 인상되면 원재료에서 가공식품에 이르는 `가격 인상 도미노`가 사실상 마무리된다. 다만 라면과 제빵 업체들은 가격 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고 실토하면서도 서민생활에 끼칠 파장을 우려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라면의 경우 지난해 삼양라면과 팔도가 가격을 올렸으나 농심과 오뚜기는 동결했다. 업계 1위인 농심은 2011년 10월 이후 가격을 올리지 않은 만큼 이번에 올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