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하다고 하는 두 작품 좌측은 박성호의 작품

중견 서양화가 한운성(67)작가가 2월 20일부터 3월 20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팔판동 갤러리 인에서 진행하려는 '디지로그 풍경'전에 내건 작품들이 독일에서 8년간 수학한 박상호(42)작가의 작품을 표절한 것으로 지적되어 논란을 빚고 있다.

박상호 작가는 한 작가의 전시 소식을 접한 후 전시장인 갤러리인에 문제를 제기했고, 갤러리인 측은 박 작가의 작품과 유사하다고 제기된 작품 9점을 철수하기로 했다.

갤러리인은 18일 "표절논란보다는 박 작가의 작품이 전시에 앞서 공개됐기 때문에 도의적으로 작품 철수를 하는 것이 맞다는 판단을 했다"며 "더 큰 논쟁을 피하려고 이와 같은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박 작가가 문제 삼은 작품은 모두 12점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갤러리인은 나머지 3작품에 대해서는 유사하다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실제와 비실제에 대한 이야기'라는 작품의 메시지와 유럽 여행을 통해 얻은 느낌도 비슷하다.

이에 대해 박 작가는 "갤러리인 측에서 전시작품 중 9점을 내리기로 결정한 만큼 문제 삼을 계획은 없다"며 "전시 작품까지 내리기로 한 상태에서 더 이상 논란을 야기하고 싶지 않고, 원로작가에게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작가는 "한 작가가 고의로 내 그림을 보고 따라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도록 등에서 본 작품이 무의식적으로 남아있었던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다"며 "유사한 작품은 사진 위에 페인팅을 한 작품"이며, "전시를 막고자 문제 제기를 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한운성 작가가 갤러리인에서 전시할 작품은 '디지로그 풍경'이다. 푸른 배경 위에 간판 혹은 방송용 세트장으로 보이는 가벽들을 놓고 실제와 허구가 공존하는 공간의 정체에 대해 질문을 하는 의미를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