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현지 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끝난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참가국들이 통화 가치를 경쟁적으로 낮추지 않겠다고 공동 선언을 했다. 그러나 관심사였던 일본의 엔저(低) 정책에 대해선 직접적인 비판이 없었다. 이 때문에 G20가 엔저를 묵인한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G20은 성명서에서 "G20 국가들은 경쟁 우위를 확보할 목적으로 환율을 정책 목표로 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작년 12월 아베 총리 취임 이후 무제한 금융 완화 정책을 공언한 일본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관리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한 중국이나 해외 자본 유입 통제를 강화한 브라질을 겨냥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G20은 또 "통화정책은 국내 물가 안정과 경제 회복을 위해 사용해야 하며, 국내 목적을 위해 수행한 통화정책이 다른 나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점검하고 최소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일본의 정책을 묵인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일본은 '무제한 금융 완화 정책은 일본 국내의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을 동반한 경기 침체)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고, 엔저는 그 정책의 부산물'이라고 주장해 왔다.

2010년 '통화 전쟁'이란 용어를 만들었던 귀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이번 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일본의 태도에 대한 비난은 없었다"며 "일본의 정책은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한 것으로 의도적으로 평가절하를 하려고 하지는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미국의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도 "미국 경제가 강해지는 게 글로벌 경제를 강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일본 등) 다른 나라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일본을 두둔하고 나섰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지만 앞으로 일본 정치인이나 정책 당국자가 공공연하게 환율 목표를 언급해 엔저를 촉발하는 것은 어려워질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망했다. 이번 회의에서 일본이 "엔저가 목표가 아니라 국내 경기 부양의 부산물"이라고 항변했던 것이 통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