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빅3' 조선업체의 지난해 실적이 크게 엇갈렸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10% 이상 늘어났지만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은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현대중공업은 계열사 실적을 반영한 연결 기준으로 지난해 매출 54조9737억원에 영업이익 1조993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에 비해 2.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56.3% 쪼그라들었다. 특히 당기순이익은 1년 사이에 62.2% 급감해 1조384억원에 그쳤다.

대우조선해양도 지난해 매출은 소폭(2.5%) 늘었지만, 이익은 반 토막 이하로 줄었다. 영업이익은 55.4% 감소한 4516억원, 당기순이익은 81.6% 줄어든 1370억원에 그쳤다.

두 회사 이익이 급감한 것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계속된 수주 가뭄으로 고가(高價) 선박 매출 비중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실적에는 보통 2~3년 전에 수주한 물량이 반영된다. 여기에 투자 주식과 계열사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반면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증가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8.2% 늘어난 14조4895억원, 영업이익은 11.4% 증가한 1조2057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7964억원)은 태안 기름 사고 관련 충당금(1000억원) 등으로 인해 전년보다 소폭 감소했다.

삼성중공업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거둔 것은 드릴십(drill ship) 매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드릴십은 심해(深海)용 원유 시추 장비로, 1척당 가격이 6억달러 안팎인 고부가 선종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드릴십에서만 6조원 가까운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