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67일째로 접어들면서 세계적 공급망이 무너져 가스·밀가루뿐만 아니라 식용유 대란까지 빚어지고 있다.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선 연료난이 심각해 주유소에서 휘발유 판매를 1인당 10리터로 제한했다. 대기차량이 많아 차례가 오려면 1시간씩 기다려야 한다.

러시아가 항구를 막아 수입이 끊긴데다 연료 저장고를 잇따라 폭파하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지난 3월 연료고갈로 우크라이나 농부들이 작물 수확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보고했다.

주유소 앞의 사람들은 군인과 농부들에게 연료가 우선 공급돼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불평 없이 기다린다.

해바라기 기름을 식용유로 주로 사용하는 미국, 영국, 스페인, 그리스, 터키 등의 식탁에도 우크라이나 전쟁의 불똥이 튀었다.

코로나 사태로 세계적 유통망이 얼어붙으면서 생필품 공급 차질이 빚어진데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식용유와 같은 식자재 값이 연일 폭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해바라기유 최대 수출국이었는데 전쟁으로 해바라기 수확에 차질을 빚으며 세계 곳곳의 식용유 값 상승을 촉발했다.

영국의 테스코는 식용유 구매를 3병 이하로 규제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전세계 해바라기유의 75%를 생산해왔다.

해바라기유 소비량의 83%를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하는 영국에선 20리터 한 병 가격이 29달러(약 3만6000원)에서 55달러(약 6만9000원)까지 뛰었다.

영국의 해바라기유 공급이 몇 주내로 끊길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식용유를 야자유,콩기름, 유채씨유 등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대체 식용유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음식유통 분석가는 이번 달 식용유 구매제한이 시작되기 전에 영국 소비자들이 사재기에 나섰다고 말했다. 러시아에 대한 수출입규제 등 제재조치가 내려지기 전 세계 시장에서 해바라기유의 4분의 1이 ‘증발’했다.

미국에서도 우크라니아산 해바라기유와 인도네시아산 야자유를 주로 사용해온 제과·제빵업체가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식용유 대란이 인플레이션을 부추겨 미국기업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주요 수출대상국인 인도, 중국, 중동, 북아프리카와 EU의 식자재 공급망이 한꺼번에 위기를 겪고 있는데 인도네시아가 야자유 수출 중단을 선언하면서 상황이 더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세계 곳곳의 식탁마저 위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