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가수 정준영씨의 ‘불법촬영’ 사건을 부실 수사한 경찰관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해당 법원에서는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부실 수사한 혐의로 기소된 또 다른 경찰관에 대한 재판도 진행 중이다.

법조계에서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이뤄지면 경찰의 부실수사를 확인해 처벌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신혁재 부장판사는 최근 직무유기·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A(57)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벌금 5만원을 선고했다. 1만7670원 상당의 추징금도 명령했다.

A씨는 2016년 가수 정씨의 불법촬영 혐의를 수사하던 서울 성동경찰서 여성청소년과 팀장이었다. A씨는 정씨 변호인으로부터 “휴대전화 포렌식 없이 사건을 신속하게 송치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정씨 휴대전화를 확보하라는 상부 지시를 따르지 않고 휴대전화나 포렌식 자료 확보 없이 검찰에 정씨를 송치한 혐의를 받았다. A씨는 특히 디지털포렌식 업체에 ‘휴대전화 데이터 복구가 불가능하다’는 확인서를 요구했다 거절당했음에도 ‘포렌식 업체에서 데이터 복원이 불가능하다는 결과를 접했다’는 등의 허위사실을 담아 수사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A씨에게 “성폭력 사건 수사에서 증거 확보를 위한 수사절차를 다 이행하지 아니한 채 형식적인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며 “단순히 태만으로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거나 소홀히 수행한 것을 넘어 직무에 관한 의식적인 방임이나 포기에 해당한다”고 질타했다.

2020년 이 전 법무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에서 폭행 내용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고도 ‘못 본 걸로 하겠다’며 압수하지 않고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채 내사 종결한 서초경찰서 B 경사의 특수직무유기 혐의 재판도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이다. 당시 서초서 경찰 간부들은 진상조사가 시작될 때까지도 “이 전 차관이 평범한 변호사인 줄로 알았을 뿐 유력인사라는 점을 몰랐다”고 주장했으나 진상조사 과정에서 거짓말을 한 게 드러났다.

법조계에서는 검수완박이 실현되면 경찰의 부실수사가 쉽게 암장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 부장검사는 “업무 과부하가 걸려 사건 기록을 제대로 검토하지 못하고 종결하거나, 정치권 등의 수사 외압이 경찰에 집중될 것이므로 부실수사 위험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국내 1호 피해자 국선 전담 신진희 변호사도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 움직임으로 대형 로펌 등에서 경찰 출신 선호도가 높아졌고, 이에 따라 사건 변호인과 경찰 간 유착 가능성도 커졌지만 아직 경찰에는 ‘사건 관계인을 만날 때 사전에 신고하라’는 지침 정도밖에 없다”며 “내부 통제 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