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 법안에 대한 검찰 조직 내 비판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수원지검이 21일 수도권 검찰청 가운데서는 의정부지검에 이어 두 번째로 검찰청 단위에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이날 오전 수원지검 양중진 1차장검사는 지검 브리핑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을 골자로 다룬 ‘검수완박’ 법안의 주요 내용과 향후 국회에서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달라진 사법제도로 인해 국민들에게 전가될 수 있는 사법적 피해를 ‘검수완박 Q&A’, ‘검수완박?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죠?’, ‘검찰의 보완수사가 필요했던 대표적 사례’ 등 주제별로 담은 40여 쪽 분량의 방대한 서면 자료를 통해 조목조목 꼬집었다.

양 1차장검사를 비롯해 수원지검 소속 신태훈 형사5부장, 윤철민 인권보호관, 김종현 공공수사부장 등 4명만 간담회에 참석했다. 신성식 수원지검장은 최재민 2차장검사, 다른 부장검사들과 함께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와 간담회를 갖고 검수완박 등 다양한 법조현안을 청취했다.

이날 수원지검은 총 24쪽 분량으로 정리한 검찰 보완수사 사례를 소개하며 검수완박 법안의 맹점을 지적했다.

특히 수사권이 폐지되면 경찰의 미진한 수사로 인한 여죄를 밝혀낼 수 있는 길이 원천적으로 차단되기 때문에 재판을 거쳐 무죄를 입증받은 범죄자가 양산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검찰로서는 경찰의 송치 사건에 대해 넘겨받은 서류로만 기록을 검토한 채 재판에 임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공판 과정에서 면밀한 재판 대응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양 1차장검사는 “수사권 조정 전에는 검찰이 수사지휘권으로 경찰 견제가 가능했고, 수사권 조정 이후에도 검찰의 직접 수사범위가 소위 말하는 ‘6대 범죄’로 제한되긴 했지만 직접 보완수사, 보완수사 요구, 재수사 요청 등 방식으로 경찰 견제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만일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면 검찰의 직접 수사가 불가능하고, 직접 보완수사 일체 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경찰 수사기록에만 의존해 기소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이렇게 되면 추가 범행이나 진범, 공범이 발견돼도 검찰이 수사를 못 하고, 경찰에 수사만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경찰의 불송치(혐의없음) 사건에 대해 이의 신청이 제기돼도 검찰의 송치 요구가 불가해 보완수사만 요구할 수 있다”며 “각종 고소·고발사건도 경찰에만 제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수원지검은 본청 및 산하 지청(성남·여주·평택·안산·안양)이 직접 보완수사를 통해 구속 기소한 사건 등 총 24건의 사례를 공개했다.

서민 전세자금 대출사기 사건도 소개됐다. 이 사건은 ‘혐의 없음’으로 경찰이 송치한 서민 전세자금 대출사건을 수원지검 안산지청 소속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통해 허위 임차인을 조직적으로 모집해 서민전세자금 60억원을 편취한 일당 21명을 적발하고, 이 중 4명을 구속한 내용이다.

수원지검은 전국 검찰청 가운데 경찰로부터 송치받는 사건이 가장 많은 곳이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검찰청별로 송치된 형사 사건 수를 보면 수원지검 6만4275건, 서울중앙지검 6만4188건, 인천지검 6만2553건 등 순을 보였다.

검수완박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더 이상 이러한 검찰의 보완수사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국민 입장에서는 경찰의 수사 결과에만 오로지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그동안 국민들에게 비춰진 수사 공정성 시비에 대해선 반성과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검수완박에 반대하는 모습이 검찰 기득권을 지키려는 모습으로 비춰지는 데 안타까움을 나타내고 있다. 검찰 수사권 폐지는 비단 경찰을 견제하는 기능을 무력화할 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 범죄 대응역량의 질적·양적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법무부와 대검찰청에서 수사권 조정 업무를 담당하기도 했던 김종현 공공수사부장은 “2018년 정부 합의가 있었고 그에 따라 그 이후에 우여곡절을 거쳐 형사소송법을 개정했다”며 “그에 따라 검찰에서 새로운 제도에 적응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고, 아직 이 제도가 정착된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18년 정부 합의 당시에 이낙연 총리가 합의 정신이 지켜지기 바란다고 약속했는데 이 정부에서 불과 시행된 지 1년 만에 어떤 사정 변경이 있어서 형사사법제도가 실험대상이 된 것인지 당시 실무자로서 참담할 뿐”이라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신태훈 형사5부장도 “최근 글로벌스탠다드가 수사와 기소 분리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글로벌스탠다드가 아니다”라며 “우리 검찰에 수사 공정성을 이유로 문제가 있다면 법은 그대로 두고 실무를 개편하면 된다. 수사권을 뺏으면 긍정적 기능까지 없애는 것이기 때문에 참혹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양 1차장검사는 “검찰이나 경찰이 완벽한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서로 협력해서 진실을 밝혀내는 게 가장 우선이 돼야 한다”며 “검수완박 법안 통과로 동 떨어진 기관으로 있게 된다면 국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