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이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방안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에 권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당선인의 측근으로 꼽히는 정진석 국회부의장은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3월 16일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을 만나 새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고견을 청취했다"면서 "그 자리에서 김 전 실장에게 뜨거운 논란인 청와대 이전 적지(適地)에 대해 물었다"고 밝혔다.

정 부의장은 "김 전 실장의 의견을 보고서에 담아 윤 당선자 측에 전달했다. 청와대 이전에 대한 김 전 실장의 워딩을 보고서에 적힌 그대로 전한다"며 해당 내용을 공개했다.

정 부의장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정부종합청사나 외교부 청사로 이전하면 대통령의 전시 지휘·긴급 대피가 문제다. 그곳에는 지하 벙커가 없다"며 "용산은 국방부 청사마다 지하 벙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용산이 중요한 전략적 위치이기 때문에 청나라·일본 군대·미군이 주둔했다"며 "국방부 청사로 대통령실을 옮기고 국방부 관련 시설을 조정하면 될 듯하다. 한남동 외교장관 공관이 국방장관 공관의 두배 크기다. 대통령 관저는 그곳으로 옮기면 된다"라고 했다.

또 김 전 실장은 용산이 '청나라의 위안스카이 군대, 일본 제국주의의 군대, 미군이 주둔했던 치욕의 땅'이라는 일부 주장에 대해 "그곳이 그만큼 전략적으로 중요하다는 이야기이고, 그래서 우리 국방부가 위치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대북 군사 억지력을 굳건하게 확보하는 것이 평화다. 김정은에게 고개 숙이고 눈치 보는 것을 평화라고 하는 세력들이 있다"며 "윤석열 정부의 첫 번째 안보 과제는 한미안보협력체제를 신속하게 복원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 부의장은 "(김 전 실장이) 그날 길게 설명을 하셨는데 보고서에 간단히 축약한 것"이라며 "김 전 실장은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직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국군통수권자'라고 했다.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할 때 첫 번째 고려는 군 지휘체계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한편 김 전 실장은 박근혜·이명박 정부에서 3년 6개월간 국방부 장관을, 박근혜 정부에서 3년간 국가안보실장을 역임했다. 그는 군 사이버사령부에 '정치 댓글' 작성을 지시한 혐의로 2020년 10월 항소심에서 징역 2년 4개월을 선고받았고, 이후 상고해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