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한 가운데 전 세계에서 우크라이나 군대로 가상화폐 기부금이 몰려들면서 49억원에 달하는 액수가 모금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가상화폐로 기부되는 이유는 우크라이나로의 송금을 차단할 수 있는 금융기관을 우회해 빠르게, 국경을 넘어 돈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25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가 블록체인 분석업체 일립틱의 데이터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침공 뒤 우크라이나의 비정부기구, 자원봉사 단체 등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로 모은 기부금은 무려 410만달러(약 49억1000만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는 한 개인 혹은 단체가 낸 300억 달러의 일회성 기부금도 포함됐다.

이런 단체에 전달되는 기부금은 전통적으로 개인 기부자가 은행이나 결제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을 이용해 냈는데, 최근에는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가 중요한 대체 기부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CNBC는 전했다.

이는 우크라이나로의 송금을 차단할 수 있는 금융기관을 우회해 빠르게, 국경을 넘어 돈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립틱의 최고과학책임자 톰 로빈슨은 “가상화폐는 국제적인 자금 모금에 특히 잘 맞는다. 왜냐하면 가상화폐에는 국경이 없고, 송금 차단도 통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거래를 가로막을 중앙화된 당국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 비트코인을 직접 받지는 않겠다고 공표했다.

법률적으로 국방부가 비트코인이나 페이팔 같은 대체 결제 시스템을 이용할 수 없게 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비정부기구나 자원봉사 단체 등은 가상화폐로 군사 장비나 의료 장비·물자, 드론(무인기) 등을 마련해 우크라이나 군대에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CNBC는 우크라이나 국민들 사이에서도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사람들이 미국 달러화에 가치가 고정된 스테이블코인인 ‘USDT’를 사기 위해 프리미엄을 지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에서 많이 쓰이는 가상화폐 거래소 쿠나의 관계자는 “우리는 정부를 믿지 않는다. 은행 시스템도 믿지 않는다. 우리 통화도 믿지 않는다”며 “대다수 사람들은 가상화폐를 제외하면 선택할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