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과거보다 친형제·자매 간 유대관계가 옅어지고 1인 가구가 늘어나는 등의 사회적 분위기에 발맞춰 '유류분(遺留分) 제도'를 일부 손질한다.

지금은 민법에 따라 개인이 사망하면 생전의 뜻과 관계 없이 형제·자매가 재산의 일정 부분을 상속 받도록 하고 있다. 관련 법 조항을 삭제해 사실상 유대관계 없는 형제·자매가 유류분을 받지 못하게 하고, '유언의 자유'를 보다 넓게 보장하겠다는 게 법무부 입법 취지다.

법무부는 9일 오전 서울고검 의정관에서 정재민 법무심의관 주재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방안을 밝혔다. 유류분 제도는 망자의 재산을 받는 상속인이 상속 재산의 일정 비율을 보장 받는 권리다. 현행 민법상 형제·자매도 유류분을 보장 받는다. 이를테면 1명의 친형과 3명의 친동생이 있는 망자가 가족 아닌 사람이나 친형에게만 재산을 물려주겠다는 유언을 남겨도, 친동생 3명은 유류분이라는 제도하에 일정 부분을 상속을 수 있다.

법무부는 피상속인(망자)의 형제·자매는 법정상속분의 3분의 1을 유류분으로서 상속받는다고 규정한 현행 민법 제1112조 제4호 규정을 삭제하는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이날 입법예고했다. 사실상 유대관계가 없는 형제·자매가 유류분을 무조건적으로 상속받는 환경을 고쳐보겠다는 취지다.

정 심의관은 "현재의 유류분 제도는 과거 상속이 주로 장남에게만 이루어진 장자상속 문화가 만연하던 사회 분위기 속에서 만들어졌다"며 "여성을 비롯한 다른 자녀의 최소한의 상속분을 보장하기 위해 1977년 민법에 처음 도입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배우자와 자식 말고도 형제자매를 유류분 권리자에 포함한 것은 과거 농경사회와 대가족제를 바탕으로 모든 가족구성원들이 서로를 부양해서"라며 "모든 재산이 가족 전체의 재산이라는 '가산(家産) 관념'이 반영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약 40년이 지난 지금은 가산관념이 희박해졌고 1인 가구 비율이 증가하는 등 가족 제도가 근본적으로 변화됐다"며 "특히 형제자매의 경우 과거에 비해 유대관계가 약화됐고 상호부양 없이 독립적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상속분에 대한 기대를 보장할 필요가 낮아진 반면 망인이 자기 재산을 보다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8년 법무부에서 실시한 '상속법 개정을 위한 전문가 설문조사'에서도 '형제·자매를 유류분 권리자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이 응답자의 약 60%를 차지했다. 나머지 40%에는 이 제도를 남기자는 의견도 있지만 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도 다수 있다. 유류분 제도를 시행중인 일본·독일·프랑스·스위스·오스트리아 등 대부분 국가들이 형제·자매의 유류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입법예고안대로 민법이 최종 개정되더라도 망자가 유언을 통해 원하는 형제·자매에게는 본인의 재산을 물려줄 수 있다. 정 심의관은 "법 개정으로써 피상속인의 유언의 자유를 보다 확대하고 가족 제도를 새로운 시대적 요청과 환경에 맞춰 발전시켜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가 민법 개정을 통해 폐지하려는 것은 형제자매의 유류분에 한정된다. 민법 제1112조 1~3호에 적시돼 있는 직계비속, 배우자, 직계존속의 유류분 상속 규정은 그대로 유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