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초강경 규제 주요 대상이 된 알리바바가 직장 내 성폭력 사건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알리바바가 성폭력 사건 발생 직후 피해자 호소를 묵살하는 등 부적절하게 대응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8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알리바바 직원 A씨는 지난 7일 밤 사내 게시판에 직장 상사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

CNBC에 따르면 A씨는 알리바바 인트라넷에 "출장 중 상사에 성폭행을 당했지만, (회사)관리자들은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긴 11페이지 분량의 글을 통해 자신의 성폭력 피해 사실을 알렸다.

A씨는 지난달 25일 산둥성 지난시 출장 중 고객사 측과 만찬 자리에서 상사인 팀장 왕모씨의 강요로 과음을 했고 의식을 잃었다고 한다. 그는 다음날 정신을 차려보니 호텔 방이었고, 옷이 다 벗겨져 있었다고 했다. 이어 전날 밤 상사인 왕씨가 자신에게 강제적으로 신체적 접촉을 해 울었던 기억이 떠올랐다고 전했다.

A씨는 왕씨를 공안에 신고했고, 신고를 받은 공안이 호텔 폐쇄회로(CC)TV를 통해 왕씨가 자신의 호텔 방에 4차례나 드나든 사실을 확인해 그를 소환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본사가 있는 항저우로 돌아온 뒤 알리바바 인사팀과 고위경영진에게 성폭행 사실을 보고하고, 왕씨의 해고를 요청했다. 하지만 알리바바 측은 A씨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A씨가 소속된 부서는 인터넷 단체 대화방에서 A씨가 올린 피해 폭로 글을 삭제하고, A씨를 '강제 퇴장'시켰다. 부서에서 외면당한 A씨는 회사 구내식당에서 피해 내용이 담긴 전단을 돌리는 등 직접 피해 고발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알리바바 직원들 대부분이 그를 외면했다.

알리바바 측은 A씨가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등 중국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확산해 논란이 거세지자 그제야 입장을 내놨다.

알리바바 측은 성폭행을 저지른 왕씨를 해직했다며 회사의 초기 대응이 부적절하다고 사과했다.

장융 알리바바 회장은 A씨가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린 지 하루가 지난 8일 "비록 경찰이 조사를 진행 중이긴 하지만 신속한 대응과 처리가 없는 중대한 문제가 존재했다"며 "(7일) 밤에 보고를 받고 놀랍고, 분개했고,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장 회장이 직접 나서 공식 사과문을 올렸지만, 알리바바를 향한 비난 여론은 잠재워지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웨이보 해시태그(#) 인기 순위에서 피해 여성 A씨를 언급하는 해시태그가 1위에 오르고, 관련 게시물의 조회 수가 순식간에 5억회 이상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알리바바홀딩스 주가는 이날 홍콩증시에서 전 거래일 대비 4.90홍콩달러(2.53%) 추락한 188.60홍콩달러로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