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자산가(슈퍼리치)들의 전화문의가 빗발쳐서 퇴근을 못할 정도였어요. 설마설마했지만 2000만원까지 내려갈 줄은 상상하지 못했던 모양이에요. 5억~6억원대 자산을 굴리는 사람들의 문의가 가장 많았습니다." 지난 28일 오후 늦게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을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인하하는 방침이 확정되면서 슈퍼리치들의 자산 상담을 하는 은행 증권 보험사 PB센터에는 문의전화가 폭주했다. PB들의 사무실은 물론 휴대폰으로 전화가 빗발쳤다. `당장 대안을 찾아 달라`는 목소리도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윤형원 삼성증권 SNI강남파이낸스센터 부장은 "수익이 나는 금융상품을 즉시 해약해 달라는 요구도 있었다"며 "내년부터 적용된다고 진정시켜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 많았다"고 소개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인하가 부자 증세뿐 아니라 자산관리와 금융시장 전반에 큰 충격을 줄 전망이다. 저율과세와 분리과세, 비과세가 되는 절세형 상품에 돈이 몰리고, 예금에서 빠져 나간 돈이 주식이나 수익형부동산 등에 흘러들어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금융자산의 기간별 분산예치와 함께 조기 증여도 보편화될 전망이다.

슈퍼리치들 사이에서는 모든 금융상품의 투자에서 `수익률`보다 `세금`을 먼저 고려하는 관행이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인하는 절세 상품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조원희 KDB대우증권 PB클래스 서울파이낸스 1센터장은 "만기 10년 이상인 물가연동국채가 대표적인 대안"이라고 소개했다.

신현조 우리은행 투체어스 잠실센터 PB는 "기존에 금융소득이 3000만원이던 사람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되면서 근로소득까지 합쳐 최고세율(41.6%)을 적용받게 되면 세금 부담이 262만원 늘어나게 된다"며 "여기에 의료보험 등 간접비용 증가를 포함하면 연간 500만원가량의 추가적인 부담이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