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우세 주들에서 통과시키고 있는 투표권 제한 법률을 21세기 짐 크로법(흑백 차별법)이라고 규정하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국 헌법이 제정된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국립헌법센터를 찾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 지지자들의 2020년 부정 선거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공화당이 투표권 제한 법률로 선거 전복을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세기 짐 크로법 공격은 현실"이라며 "우리는 남북전쟁 이후 가장 중요한 민주주의 시험에 직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투표권을 지키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달렸다"고 강조했다. 짐 크로법은 남북전쟁에서 패한 후 미국 남부 11개 주에서 1876년부터 1965년까지 흑인을 지속적으로 차별하기 위해 만든 법으로, 공공장소에서 인종차별을 합법화하고 흑인과 여성의 투표권을 제한했다.

지난해 대선 결과를 '사기'라고 주장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지지자들에 대해서는 "'큰 거짓말(big lie)'을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대선은 재검표와 법원 판결을 거듭해 미국 역사상 가장 면밀한 조사를 거친 선거"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에서는 패배할 경우 결과를 받아들이고 헌법을 따른 뒤 다시 도전하지, 단지 당신이 불행하다는 이유로 사실을 거짓이라고 부르지 않는다"며 "부끄럽지 않나? 그건 정치적 수완이 아니라 이기심"이라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주 단위로 추진되는 투표권 제한 입법에 대항하기 위해 민주당이 발의한 연방 선거법 개정안 두 건의 조속한 상원 통과도 촉구했다. 민주당은 하원에서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공화당이 상원에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를 통해 통과를 가로막고 있다.

공화당이 우세한 조지아·아이오와·아칸소·유타주 등은 드라이브스루 투표 금지, 우편 투표 신원 확인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은 투표권 제한법을 이미 통과시켰다. 뉴욕대 브레넌정의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대선 후 올해 6월 21일까지 17개 주에서 28개 투표권 제한 법안이 통과됐다.

한편 텍사스주 민주당 의원들은 공화당의 투표권 제한법 통과를 무산시키기 위해 지난 12일 비밀리에 비행기를 타고 수도 워싱턴DC로 깜짝 이동했다.

CNN은 텍사스주 하원 소속 민주당 의원 67명 중 60명가량이 법안 통과에 필요한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않기 위해 오스틴시에서 비행기 두 대에 나눠 타고 떠났으며 26일 남은 특별 회기가 끝날 때까지 돌아가지 않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공화당 소속인 그레그 애벗 텍사스주지사는 12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민주당 의원들이 텍사스에 돌아오는 순간 체포해 의회로 데려오겠다"고 밝혔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텍사스인의 투표권 행사를 지키려는 데 박수를 보낸다"며 13일 텍사스주 의원들을 의사당 인근 교사 연맹 빌딩에서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