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센 수도권을 대상으로 오는 12일부터 가장 강력한 수준의 조치인 새 거리두기 ‘4단계’를 적용하기로 했다. 국내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최고 단계가 적용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현 수도권 상황 자체는 아직 4단계 기준에 달하진 않았지만, 확진자 증가세가 뚜렷해 선제적 대응이 중요하다고 보고 4단계를 적용하기로 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9일 정례 브리핑에서 오는 12일부터 25일까지 2주간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 새로운 거리두기 4단계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권덕철 중대본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4단계 조치 결정 배경에 대해 “사회적 접촉 자체를 최소화하는 선제 대응이 필요한 시점으로, 수도권 지역에 대해 오는 12일부터 2주간 새로운 거리두기의 최종 단계인 4단계를 적용하기로 결정했다”면서 “4단계는 대유행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단계로, 2주간 강도 높은 거리두기 조치를 집중적으로 실시해 지금의 유행 증가세를 꺾는 것이 이번 거리두기 조정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현 수도권 상황 자체는 4단계 기준에 미치지 않지만,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증가세를 고려해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를 통해 선제 대응을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권 1차장은 “수도권 상황 자체는 4단계 기준에 아직 못 미치지만, 유행 증가세가 뚜렷해 선제적인 대응이 중요하고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이 모두 4단계 격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을 수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수도권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최근 1주간(3∼9일) 하루 평균 741명의 확진자가 나와 아직은 새 거리두기 3단계 수준(500명 이상)인 상황이다. 다만 서울의 경우 이날 0시 기준 주간 일평균 확진자가 410명으로, ‘주간 일평균 389명(서울 인구 기준) 이상의 환자 규모가 3일 이상 지속’될 때 적용하는 4단계 기준에 진입했다. 현재와 같은 확진자 발생 속도가 지속된다면, 오는 11일까지 서울의 주간 일평균 확진자가 389명을 넘어 4단계 기준을 채울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의 주간 일평균 확진자는 293명으로 3단계(경기 인구 기준 268명∼537명 미만), 인천은 38명으로 2단계(인천 인구 기준 30명∼59명 미만)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사흘 연속 1200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확산세가 이어짐에 따라 수도권의 주간 일평균 수치도 곧 4단계 기준(1000명 이상)에 다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초 정부는 서울만 단독으로 4단계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경기·인천지역에 대한 ‘풍선 효과’ 우려로 수도권 전체를 하나로 묶어 4단계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인천 강화·옹진군은 지역 특성이나 확진자 발생 상황 등을 고려해 2단계가 적용된다.

수도권에선 오는 12일부터 거리두기 4단계 적용으로 사실상의 ‘야간 외출 제한’ 조치가 취해질 전망이다. 4단계에서도 낮 시간대에는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에 따라 4명까지 모이는 것이 가능하지만, 오후 6시 이후부턴 ‘3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가 적용돼 2명까지만 모일 수 있다. 그동안 직계가족의 경우 8명까지 모일 수 있었으나, 오는 12일부턴 이 역시 금지된다. 동거 가족이나 아동·노인·장애인 등 돌봄이 필요한 경우, 임종을 지키는 경우에만 예외가 인정된다. 백신을 권고 횟수대로 모두 맞고 2주 이상 지난 ‘접종 완료자’에게 주어졌던 인센티브도 중단된다.

권 1차장은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의 경우 당초 10일부터 시행하는 것으로 검토됐는데 12일로 늦춰진 이유에 대해 “4단계 방역 조치가 처음 실시되고, 또 현장에서 이를 수용할 준비 태세가 돼 있어야 하는데 아직 그 부분이 필요하다는 것을 고려했다”면서 “규제가 시행되면 바로 벌칙도 수반되므로 사전에 충분히 이를 안내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 우선 자제를 권고하고, 월요일(12일)부터 사적모임 제한을 실시하게 됐다”고 답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정부가 오후 6시를 3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기준점으로 삼은 것과 관련해 “오후 6시 이후에 코로나19 환자가 증가한다고 보기보다는, 사회 필수적인 활동과 비필수적인 활동들의 기준 시간대를 오후 6시로 구분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향후 2주간의 유행 상황을 지켜본 뒤, 4단계 조치를 유지할지 아니면 단계를 조정할지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손 반장은 “4단계 조치는 상당히 강력한 조치로, 사회·경제적 피해가 수반되고 있기 때문에 짧고 집중적으로 전개해서 2주간 유행을 꺾는 게 지금 최우선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4단계는) 길게 하기 어려운 조치이기 때문에 기간 내에 최선의 효과를 보는 게 가장 중요하다”면서 “가급적 2주 동안은 (필수적이지 않은) 모든 일정을 연기하거나 취소해서 방역에 협력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으로 신규 확진자가 1316명 늘어 누적 16만5344명이라고 밝혔다.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해 1월 20일 이후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온 전날(1275명)보다도 41명 늘면서 최다 기록은 하루 만에 깨졌다. 사흘 연속 1200명 넘는 확진자가 발생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