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동을 앞두고 있는 영광 원전 5·6호기에서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엉터리 부품이 또다시 발견됐다. 지난달 영광과 울진 등 원전 6기에 사용된 5800여개 부품의 품질검증서가 위조된 것으로 드러난 이후 이달에만 90여개의 위조 부품이 추가 적발됐다. 전력당국은 수백만개의 부품으로 이뤄진 원전의 부품 전수조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인다. 그러나 위조 부품이 지속적으로 적발되고 있어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민·관 합동조사단은 25일 “원전 부품을 제작해 납품하는 국내 업체를 조사한 결과 3개사가 6개 품목 74개 부품의 시험성적서를 위조해 영광 5·6호기에 납품했다”면서 “이 가운데 개스킷 등 40개 부품이 영광 5·6호기에 실제 설치됐다”고 밝혔다.

개스킷은 물이나 가스가 새지 않도록 배관 연결부에 끼우는 고무 부품이다. 원자력발전소는 기기 온도 유지를 위해 바닷물을 냉각수로 사용하는데 이번에 적발된 개스킷은 냉각수 차단밸브에 쓰이는 부품이다. 원안위는 냉각수 차단밸브용 개스킷에 이상이 생길 경우 바닷물이 샐 수 있지만 원자로에 쓰이는 주요 부품은 아니어서 방사성물질 유출 등 안전사고와는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이날까지 확인된 원전 위조 부품은 모두 5889개로 13개 원전에 설치됐다. 전체 원전 23기의 절반 이상에 위조 부품이 공급된 것이다. 지역도 4개 원자력발전본부 중 월성 한 곳을 제외한 고리, 영광, 울진지역에 모두 사용됐다.

원안위 관계자는 “위조 부품이 계속 적발되고 있지만 지식경제부와 한수원은 전력난을 이유로 원전 재가동에만 급급해하는 것 같다”면서 “멈춰선 영광 5·6호기뿐 아니라 다른 원전도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위조 부품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