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취임 후 처음으로 한 타운홀 미팅에서 1조9000억달러 규모로 의회에 제시해 놓은 코로나19 경기부양 예산안을 축소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민주당은 하원에서 먼저 오는 26일까지 해당 경기부양안을 처리하겠다며 협상을 늦추고 있는 공화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합의가 안 되면 다수결로 밀어붙일 수 있다는 의미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CNN 주최로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이날 미팅에서 7월 말까지 6억회 접종할 수 있는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2회 접종을 기준으로 미국인 전체가 맞을 수 있는 물량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했을 때 냉장고는 텅 비어 있었다"며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백신 확보 정책을 비판한 뒤 "우리는 백신 주사를 놓을 수 있는 인원을 크게 늘렸고 장소도 개설했다"고 성과를 자랑했다. 이어 "다음 크리스마스 때는 지금과 매우 다른 환경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섣불리 약속할 수는 없지만 1년이 지나면 사회적 거리 두기도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집단면역 형성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일각에서 존슨앤드존슨 백신의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데 대해서도 "맞을 수만 있으면 백신을 맞는 게 옳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유치원생부터 중학생까지 먼저 대면수업을 실시하길 희망한다면서 교사들에 대한 우선적 백신 접종 필요성도 강조했다.

백악관도 백신 보급 속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을 추가로 발표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주별로 배분하는 백신 물량을 현재 일주일에 1100만회 분량에서 1350만회 분량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다만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광범위한 일반인 백신 접종은 오는 5월 중순에서 6월 초 사이에 시작될 것이라며 기존 예상(4월)보다 다소 목표 시기를 늦췄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화당 반대에 부딪혀 지지부진한 경기부양안 협상에 대해선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부양안이 예정대로 통과되면 일자리 700만개를 만들 수 있다"며 "지금은 크게 가야 할 때"라고 거듭 강조했다. 연방 최저임금을 현행 시간당 7.5달러에서 15달러로 인상하려는 계획과 관련해 반대와 우려가 제기되는 데 대해서는 '점진적 인상'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수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인상하면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누구도 주당 40시간을 일하면서도 가난에 시달려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탄핵 부결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뼈 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그는 "지난 4년간 모든 뉴스에 트럼프가 등장했지만 앞으로 4년간은 미국인이 뉴스의 중심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 처리 문제에 대해선 "법무부 결정에 맡기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반면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폭력 행위에 대해선 비판의 목소리를 키웠다. 그는 "국내 테러는 미국에 가장 큰 위협"이라며 "미국은 백인 우월주의 확산에 어떻게 대응할지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여전히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털어놨다. 그는 이날 "한 사람을 빼고 전직 대통령들과 통화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외교 문제를 따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중국에 대해서는 또 쓴소리를 했다. 그는 "우리는 인권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며 "(중국은 인권침해에 대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들의 태도에 영향을 미치는 유엔과 다른 국제기구에서 인권의 대변자로서 역할을 계속 천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75분간 진행된 이날 타운홀 미팅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때로 할아버지 같은 모습으로 친근감을 자아냈다. 그는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아들을 위해 백신을 구하려는 여성의 호소에 "백신 보급 우선순위는 각 주가 독자적으로 결정한다"면서도 "이따가 나와 따로 만나서 방법을 찾아보자"고 말해 박수가 나왔다.

또 엄마와 함께 출연한 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를 연신 '허니'라고 다정하게 부르며 "(코로나19에) 겁먹지 마라"며 "모두 무사할 거야"라고 달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