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됐지만 그동안 제주 4·3사태 책임 논란 속에 폐가(廢家)처럼 방치됐던 '제주 이승만 별장'이 복원된다. 제주도의회는 내년도 예산안 상임위원회 심사에서 '이승만 별장' 내부 집기류 복원 사업비로 1억원을 확정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예산결산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최종 확정되면 복원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승만 별장은 지난 1957년 미군의 지원을 받아 제주시 구좌읍 국립제주목장에 대지 660㎡, 건물면적 234㎡의 1층 규모로 지어졌다. 이승만 전 대통령 부부가 1957년과 1959년에 두 차례 머물렀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시 주요 귀빈을 모시는 곳이라는 의미에서 '귀빈사(貴賓舍)'로 불렀다. 하지만 이승만 별장은 1962년 민간에 매각된 이후 제주 4·3사건 책임자 논란 속에 50년 넘게 방치됐다.

대통령이 사용한 근대건축물이고, 미군을 통해 전해진 미국식 전원형 단독주택이라는 가치를 평가받아 지난 2004년 9월에 등록문화재 제113호로 지정됐지만, 2010년 실시한 건물구조안전진단에서는 위험 등급인 'D등급' 판정을 받기도 했다.

제주시는 지난해 뒤늦게 '이승만 별장 정비 활용계획'을 세우고 복원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활용계획 속에 '이승만 기념관'이라는 명칭이 들어간 점에 대해 제주 4·3사건 희생자 유족회가 강하게 반발해 사실상 유보됐다. 4·3사건 유족회는 "4·3사건 당시 집단 인명피해의 최종 책임은 계엄령을 선포하고 강경 진압을 지시한 이승만 대통령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해 왔다. 제주시는 논란이 됐던'기념관'이라는 명칭을 빼고, 우선 시급한 정비에 초점을 맞춰 복원사업을 벌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