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전(全)금융권 가계대출이 전월 대비 9조원 급증했다. 빚을 내서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하는 규모가 크게 늘어 신용대출·마이너스 통장 등 은행의 기타대출 잔액이 3조7000억원이나 급증한 게 주된 영향을 미쳤다. 이는 2018년 10월(4조2000억원) 이후 1년9개월(21개월)만에 최대치다. 여기에는 정부의 강도높은 집값잡기 정책의 영향으로 주택담보대출 등의 문턱이 높아지면서 발생한 '풍선효과'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불붙은 전세난 역시 가계대출 증가세를 부채질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최근 전세보증금이 오르면서 전세자금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확대됐다"고 밝혔다. 전세자금 대출은 7월 기준으로 최대치였다. 그 결과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전달보다 7조6000억원 늘었다. 이는 올해 2월(9조3000억원)과 3월(9조6000억원)에 2개월 연속 통계 편제(2004년 1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 후 3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한 전월(8조2000억원)과 비슷했다.

12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7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말 은행권은 물론 제2금융권을 아우른 전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은 전달말에 비해 9조원 증가했다. 지난 6월(8조7000억원)과 비교하면 3000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전년동월(5조7000억원) 대비로는 3조3000억원 급증했다.

이 가운데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정책모기지론 포함)은 936조5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7조6000억원 늘었다. 지난 6월(8조2000억원)에 비하면 6000억원 축소되긴 했지만 전년동월(5조8000억원)에 비하면 1조8000억원 확대된 수치다. 7월 기준으로 보면 속보치가 작성된 지난 2004년 이후 역대 최대치다.

은행권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689조800억원으로 전월 대비 4조원 늘었다. 정부의 고강도 6.17 부동산 대책에 앞서 아파트 거래가 활발했던 지난 6월 전월 대비 5조1000억원 늘었던 것에 비하면 증가세가 수그러든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의 주담대 증가액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해 9월 3조8000억원 → 10월 4조6000억원 → 11월 4조9000억원 → 12월 5조6000억원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다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올해 1월 4조3000억원으로 줄었다가, 2월엔 7조8000억원으로 2015년 4월(8조원) 이후 4년10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뒤이어 3월 6조3000억원 → 4월 4조9000억원 → 5월 3조9000억원으로 점차 증가폭이 줄어들었다가 6월 5조1000억원으로 오른 뒤 7월엔 4조원으로 줄었다.

통상 여름철은 부동산 비수기로 꼽히지만 지난 7월 전세자금 대출은 전월 대비 2조7000억원이나 늘었다. 통계가 작성된 2017년 이후 매년 7월을 놓고 비교하면 역대 최대치다. 지난 6월 2조5000억원 증가한데 이어 7월에도 전세대출이 고공행진을 이어갔단 얘기다. 집값 상승으로 전세보증금이 오른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감정원의 통계를 살펴봐도 월별 주택 전세가격은 올해 들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수도권 기준으로 전세가격은 지난해 1~7월 전월 대비 감소세를 이어가다 지난해 8월을 기점으로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올해 들어선 1월 0.4%, 2월 0.3%, 3월 0.3%, 4월 0.2%, 5월 0.2%, 6월 0.4%를 기록했으며 7월에도 0.4% 올랐다.

다만 한은 관계자는 임대차 3법이 지난달 전세자금 대출에 미친 영향에 대해 "임대차 3법은 시행 초기기 때문에 실제 전세 거래에 반영되는 부분은 아직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일반신용 대출과 마이너스 통장 대출 등을 포함한 기타대출 역시 전월에 비해 3조7000억원 늘었다. 지난 2018년 10월 이후 21개월만에 최대 규모다. 은행권 신용대출 증가액만 3조4000억원이다.

한은 관계자는 "주택 관련 자금 수요의 확대로 신용대출이 늘었다"며 "5월 이후 서울과 수도권 주택 거래가 늘었고 6·17 대책 직전 활발했던 아파트 거래 관련 자금 수요가 시차를 두고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6월엔 수도권 분양 물량도 많았는데 계약금과 같은 수요가 이번 신용대출로 이어졌다고 본다"며 "최근 전세가격이 오르면서 전세자금을 마련하는 수요도 함께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올해 2월 8000호, 3월 4000호, 4월 3000호, 5월 6000호, 6월 1만6000호로 집계됐다. 경기도는 2월 3만2000호, 3월 1만6000호, 4월 1만3000호, 5월 1만7000호, 6월 3만5000호로 급증했다. 서울의 전세거래량은 2월 1만4000호, 3월 1만호, 4월 9000호, 5월 1만호, 6월 9000호로 나타났다.

개인투자자의 주식 매수 열풍인 동학개미운동도 신용대출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증시는 코로나19발 폭락장 이후 V자 반등하면서 코스피 지수가 전날(11일) 2년2개월만에 2400선을 넘어섰다.

7월 말 기업대출 잔액은 955조1000억원으로 전월대비 8조4000억원 증가했다.

기업대출 증가액은 올해 1월에만 하더라도 8조6000억원, 2월 5조1000억원을 기록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된 3월에는 기업의 유동성 확보 노력과 정부의 중소기업·소상공인 정책대출 영향으로 18조7000억원, 4월 27조9000억원, 5월 16조원까지 확대됐다.

이후 6월에는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 개선으로 대기업 대출 잔액이 전월대비 3조4000억원 줄면서 1조5000억원 증가에 그쳤지만 7월에는 재차 증가규모가 커졌다.

한은 관계자는 "기업대출은 4월 이후 증가폭이 많이 확대됐다"며 "코로나19 관련 기업의 자금 수요가 크게 확대됐고,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관련 기업의 자금애로를 해소하기 위해서 정책적 지원을 많이 늘린 효과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 가운데 대기업 대출은 분기말 일시상환분 재취급 등으로 증가세(1조9000억원)로 전환했다. 중소기업대출도 정책금융기관의 금융지원, 부가가치세 납부 관련 자금 수요 등으로 증가폭(6조4000억원)이 확대됐다.

7월 회사채 순발행 규모는 계절요인 등으로 1조5000억원으로 축소됐다. 앞서 지난 6월 회사채 순발행 규모는 4조4000억원이다. 주식의 경우 대한항공 유상증자(약 1조1000억원) 등으로 발행규모가 2조1000억원으로 확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