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장미꽃 한 송이가 흘러내리는 피처럼 섬뜩한 느낌의 ‘장화홍련’ 포스터. 관련 사진 속 등장인물들은 빡빡 민머리에 얼굴은 한결같이 잿빛에 표정이 음울하다. 무서운 스릴러 영화나 연극을 떠올리게 하는 포스터가 뜻밖에도 국립창극단의 창극을 알리는 이미지다.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27∼30일 막올리는 국립창극단의 ‘장화홍련’은 창극으론 파격적으로 음산하고 기묘한 스릴러를 표방한다. 계모 때문에 억울하게 죽은 두 자매 이야기, 고전소설 ‘장화홍련전’이 창극 무대로 옮겨 펼친다. 창극 ‘장화홍련’은 전원주택에 사는 한 가정에서 이기심과 소통 부재로 살인이 일어나고, 살아 있는 가족들이 헤어날 수 없는 유령의 집에 갇히는 줄거리.

창극단 출신으로 지난 3월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을 맡은 김성녀 씨는 “관객이 외면하는 무대가 아니라, 보고 싶은 창극을 지향하며 스릴러 창극을 새롭게 시도한다”고 밝혔다. 고전소설을 토대로 현대적 창극을 마련하면서, 기존 창극의 틀을 벗어나 연극적 표현과 시각적 구성 등 과감한 무대를 시도한다는 것.

이번 공연은 ‘연극무대의 명콤비’ 연출가 한태숙-극작가 정복근 씨가 협업한 창극이라는 점으로도 화제다. 한태숙 씨는 “허 씨 모자의 잔혹한 살인을 둘러싼 비극을 통해 현대인의 이기심과 무관심을 스릴러 형식으로 풀어낸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