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금씨 가족. 좌측부터 큰언니 순학씨, 순금씨, 어머니 남현조씨, 둘째 언니 순남씨.

강원 태백에 살던 김씨는 8살 때이던 1966년 서울 동대문구의 부잣집에 식모(가정부)로 보내졌다. 당시 김씨의 가족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뿔뿔이 흩어졌다. 소아마비를 앓던 큰언니는 식솔을 줄이기 위해 13살에 결혼했다. 김씨는 둘째 언니와 식당에서 일하며 숙식을 해결했다. 그러던 어느날 둘째 언니가 없는 틈을 타 식당 점원이 김씨를 가정부로 팔아넘긴 것이다.

김씨는 이때부터 22년 동안 월급 한번 받지 못한 채 가정부로 일하며 갇혀 지냈다. 김씨는 30살이 되던 해 주인집의 중매로 결혼을 하면서 이 집을 나왔다. 이때까지 김씨가 집 밖으로 나온 횟수는 3번뿐이었다고 한다. 주인집은 김씨를 시장에도 보내지 않았다. 김씨는 “몰래 나갔다가 붙잡혀 들어와 두들겨 맞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한 김씨는 숫자나 화폐개념도 깨치지 못했다. 김씨는 “결혼한 뒤 시장에 갔는데 어떻게 물건을 사야 할지 막막했다”고 회상했다. 김씨가 결혼할 때 주인집에서 받은 ‘퇴직금’은 냄비 몇 개와 젓가락 2쌍이 전부였다.

김씨는 그동안 가족을 찾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결혼하고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때도 가족들은 이미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가슴에 가족들을 묻어둔 김씨는 친구의 도움으로 지난 10월23일 경찰서를 찾아 실종신고를 했다.

경찰도 김씨의 가족을 찾는 일이 쉽지 않았다. 김씨가 확실히 기억하는 것은 아버지 이름뿐이었다. 서울 구로경찰서 실종사건전담수사팀은 ‘아버지가 목수였다’ ‘살던 곳이 탄광촌이었다’ ‘집 주변에 소나무와 기차역이 있었다’ 등 김씨의 희미한 기억을 단서로 10일간 태백 등 몇몇 지역을 샅샅이 뒤져 김씨의 가족을 찾아낼 수 있었다.

경찰은 김씨를 가정부로 두고 감금했던 주인집에 대해서는 24년 전 사건이라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