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 후보들이 복지·교육·의료 지원을 확대하는 이른바 '무상(無償)' '공짜' 공약을 앞다퉈 내놓고 있지만 증세(增稅) 등 현실성 있는 재원 마련 대책은 제시하지 않은 채 임시방편적 방안만 말하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최근 반값 등록금을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했고, 고교 무상 교육과 0~5세 무상 보육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4·11 총선 때 새누리당이 제시한 복지·교육·의료 공약의 5년간 예산규모는 75조3000억원(연간 15조여원)이었다. 박 후보는 지난 8월 "(복지 재원을) 전부 계산해보니 (연간) 27조원 정도 마련할 수 있다"고 했지만 더 이상 구체적 방안은 내지 않았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의료비 부담 100만원 상한제'와 반값 등록금, 기초노령연금 2배 인상, 무상 보육·급식 등 공약을 내놨다. 민주당이 제시한 복지 분야 예산 규모는 5년간 164조7000억원(연간 33조여원)이었으나 문 후보는 복지 분야에 5년간 최대 120조원이 필요하다면서 "국고나 보험료 수입 증대, 국민연금 차입 등으로 조달하겠다"고 했다.

문 후보가 제시한 무상 의료 예산(8조6000억원)이 실제 드는 액수보다 적게 책정됐다는 지적도 많다. 신준섭 건국대 교수는 "무상 의료에 최소 15조원은 드는데 현실성 없는 공약"이라고 했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아직 구체적인 복지 공약을 발표하지 않았다. 반값 등록금과 무상 보육, 무상 급식, 고교 무상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했지만 세부 방안과 재원 마련 계획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세 후보 측은 8일 부가가치세 인상에 대해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1977년 박정희 정부와 97년 일본 하시모토 내각이 부가세를 인상했다가 선거에 참패했던 상황을 되풀이하진 않겠다는 것이다.

이봉주 서울대 교수는 "대선 후보들이 솔직하게 세금 올리겠다고 밝혀야 한다"며 "대선을 40일 앞두고 복지 공약 내용을 제대로 알 수 없다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그러나 이영 교수는 "비과세 감면 등을 아무리 해도 연간 10조원을 확보하기도 어렵다"며 "부가가치세나 법인세 인상 없이 5년간 164조원을 마련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