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7일 "국민의 삶과 상관없는 단일화 이벤트로 민생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겠느냐"라며 문재인 민주통합당,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전날 단일화 추진 합의를 비판했다.

박 후보는 이날 당 국책자문위 필승결의대회에서 "국가 간 약속도 뒤엎겠다고 공언하는 세력,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지킬 의지가 있는지 의심되는 세력에게 우리 안전과 미래를 맡길 수 있겠느냐"라며 이같이 말했다.

안철수 후보는 박 후보의 이 같은 비판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에게 "(단일화는) 국민께서 판단하고 평가하실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국민이 왜 변화를 열망하는지 박 후보는 자신을 한번 돌아보기 바란다"고 했다.

문 후보 측 진성준 대변인은 "후보 단일화는 바로 국민이 만들어낸 이벤트"라며 "정수장학회나 투표 시간 연장 문제만 봐도 국민과 동떨어진 것은 바로 박 후보"라고 했다.

-선거때마다 야합이 맞는것인가? 세계 정치사에 자주 있는 일이다.

새누리당과 야권은 7일부터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 간 단일화의 정당성과 의미를 둘러싼 대논쟁을 시작했다. 문·안 두 후보 측은 후보 단일화가 “새 정치의 시작” “정권 교체를 위한 통상적 선거연합” “가치를 공유하는 세력의 연대”라고 하고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 측은 “비정상적인 꼼수 야합” “옛날부터 봐왔던 구태 정치”라고 한다. 양측은 후보 단일화 마감시한인 오는 26일까지는 물론, 12월 19일까지 매일 화력을 총동원해 대국민 선전전(宣傳戰)을 벌일 태세다. 이 논쟁의 승패가 대선 승부와 직결된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2·3위 후보가 합치는 것만이 대선의 유일한 승리 방법이라는 궁지에 몰린 야권의 궁여지책이고 정치공학"이라며 "민주당은 제1 야당으로서 당당하게 대선을 치르는 것이 정도(正道)였다"고 했다.

서장은 선대위 조직위원은 "선거연합은 내각제에서는 일상적인 정치행위이지만 대통령제에서는 어느 한 후보가 사퇴하는 단일화는 세계적으로 드문 일이고 비정상의 극치"라고 했다.

정몽준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은 "개인의 필요에 의해 정당을 없애고 만드는 것은 우리 정치의 가장 나쁜 폐단으로, 국민이 다 같이 걱정해야 할 일"이라며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끼리 정당을 없애고 만드는 것 이상 경박한 정치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문 후보 측 진성준 대변인은 "정치 세력이 공동의 정치적 목표를 이룩하기 위해서 정치·선거연합을 모색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세계 정치사에서도 다반사로 있는 일인데 이를 무지막지한 말로 헐뜯는 것은 몰상식하다"고 했다.

민주당과 안 후보 측은 "국민은 새누리당 정권이 이번 대선에서 반드시 심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 심판의 유력한 수단으로 후보 단일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국민의 60%가 야권후보 단일화를 찬성하고 있는 정상적 선거연합"이라고 하고 있다.

우상호 민주통합당 단장은 "새누리당은 구정치인을 끌어모아서 과거형 세력정치를 하는 것이고 우리는 새로운 가치를 내놓고 정치에 관심 없는 20~30대까지 끌어모으는 새로운 정치실험을 하고 있다"며 "(새누리당은) 이번 대선이 과거 대 미래의 구도로 가는 게 두려운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이런 식의 권력 나눠 먹기는 새 정치가 아니라 대선 때만 되면 나왔던 헌 정치"라고 했다.

새누리당 이정현 공보단장은 "문· 안 후보는 서로 장관 몇 개 갖고 권력 나눠먹기 하겠다는 것"이라며 "같은 노선끼리 단일화를 시도했다 실패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문·안 두 후보는 단일화에 실패할 것"이라고 했다. 김성주 공동선대위원장은 "야권 후보들이 '표몰이'인지 '소몰이'인지를 하고 있다"며 "유권자는 소가 아니다"고 했다.

문·안 두 후보 측은 단일화가 '가치를 함께하는 세력의 연대'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우상호 공보단장은 "(문·안) 두 후보가 몇 개월 전부터 후보 단일화를 예고해 왔고, 가치와 비전의 유사성을 확인해왔다"며 "후보 등록 전 단일화 합의는 예측 가능한 정치를 한 것"이라고 했다. 두 후보가 공개적으로 만나서 단일화의 원칙을 정하고 협상단을 꾸려서 투명하게 하고 있는데 밀실이라는 비판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이상일 선대위 대변인은 "두 사람이 마주 앉는 밀실에서는 장관직을 비롯한 수많은 높은 자리들을 어떻게 나눠 먹을 것인지 등에 속내를 드러내고 지분을 배분하는 밀약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홍준표 전 대표는 "대통령 노리는 두 남자분들이 여성 한 사람 핍박하려고 힘 모아서 저러는구나 (싶다)"며 "참 치사하다"고 했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단일화 방식에 대해 "문·안 후보가 6일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국민의 뜻만 보고 가야 하며, 국민의 공감과 동의가 필수'라는 점에 합의했다는 사실에 주목해달라"고 했다. 문 후보 측 김부겸 공동선대위원장도 7일 민주당 의총에서 단일화 과정의 3원칙으로 국민 참여보장, 국민 통합, 국민의 알 권리 충족 등을 꼽았다. 김 위원장은 "최대한 많은 사람이 참여해 국민적 축제로 승화시킬 수 있는 단일화를 만들겠다"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두 후보는 새누리당 사람들이 현재 예상하는 것과 달리 유권자들에게 감동을 주는 방식으로 단일화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서병수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단일화라는 것은 선거 막판까지 누가 후보가 될지 모르는 상황으로 가져가 정책이나 국정 철학에 대해 검증하고 확인할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며 "유권자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단일화라는 추악한 모의를 통해 제한하는 반칙정치"라고 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들은 "현재로선 여론조사에 의한 단일화가 유력한데 추세를 파악하는 참고자료인 여론조사를 단일화 수단으로 삼는 것이 어떻게 새 정치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