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는 6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의 백범기념관에서 만나, 공식 후보 등록일(11월 25~26일) 전에 후보를 단일화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대선 구도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야권 단일 후보의 대결로 이뤄지게 됐다.

이날 저녁 6시 두 후보는 배석자 없이 단둘이 만나 '후보 등록 전 단일화'를 포함한 7개 항에 합의했다고 문 후보 측의 박광온 대변인과 안 후보 측의 유민영 대변인이 밝혔다.

후보 단일화 방식과 관련해서는 "국민의 공감과 동의가 필수적"이라는 내용이 합의 사항에 포함됐다. 이와 관련, 여론조사 방식에 합의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으나 양측은 구체적 단일화 방식에 대한 대화는 없었다고 했다.

두 후보는 또 합의문을 통해 "새 정치와 정권 교체에 동의하는 양쪽 지지자들을 크게 모아내는 '국민 연대'가 필요하다"며 "정당 혁신의 내용과 정권 교체를 위한 연대 방안을 포함하는 새 정치 공동 선언을 (후보 단일화 전에) 우선 국민 앞에 내놓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이를 위해 각 3명씩 실무팀을 즉각 구성키로 했으며, 공동 선언 내용이 확정되는 대로 두 후보가 다시 만나 함께 발표한다는 데도 합의했다. 이날 회담은 1시간 15분 동안 이어졌으며, 양측의 비서실장·대변인이 두 후보와 함께 45분간 숙의 끝에 합의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실무팀의 협상 범위에 대해 회담직후 혼선이 일어, 향후 후보 단일화까지 많은 난관을 예고했다.

-신당창당 밑그림 그리나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두 후보의 ‘M&A 신당설’이 거론되는 등 대선 이후 정계개편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문 후보는 이미 세력 간 통합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고, 안 후보도 5일 전남대 강연에서 ‘국민연대’라는 표현을 통해 민주당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 운을 떼어 놓은 상태다. 단일화 과정에서 두 후보 지지층을 광범위하게 결속해야 한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양측은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정몽준 후보의 ‘인물연대’를 뛰어넘어 ‘가치와 철학의 연대’가 돼야 한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특히 2002년 대선 당시 막판의 ‘단일화 파기’라는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선 집권 후 공동정부를 담보할 매개체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양측이 조만간 가치연대를 넘어 집권 후 공동정부 구성을 위한 신당 창당까지 논의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경우 신당의 성격은 ‘민주당+α’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선 승리 후 집권 상황까지 대비하는 모습을 보여야 양측의 지지층 이탈을 최소화하고 단일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양측은 일단 “신당이나 공동정부에 대한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부인하고 있다. 가치와 정책의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정치공학적 모습이 부각될 경우 야합이라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안 후보의 입당을 기대하고 있는 민주당의 경우 설익은 신당 창당론은 자칫 당의 분열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전통적 야권 지지층뿐 아니라 일부 새누리당 지지층까지 껴안는 새로운 중도 대통합을 그리고 있는 안 후보에게도 민주당과의 결합론은 확장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단둘이 만나 7개 합의사항 구술

이날 약속 시각은 오후 6시에 단 둘이 1시간 15분동안 배석자 없이 단둘이 만났다. 안 후보가 5시 53분쯤 대회의실에 들어서고, 곧이어 문 후보가 나타났다. 문 후보는 짙은 남색 양복에 하늘색 넥타이를 맸고, 안 후보는 검은 양복에 자주색 넥타이 차림이었다. 문 후보는 단독 회담 전 인사말에서 "꼭 단일화해서 정권 교체를 이루고, 정치를 바꾸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국민의 간절한 바람이란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안 후보는 "오늘 만남이 민생을 살피는 새로운 정치의 첫걸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두 후보는 곧바로 대변인·비서실장도 모두 물리고 단독 회담을 시작했다. 오후 7시 15분쯤 문 후보 측 노영민 비서실장, 박광온 대변인과 안 후보 측 조광희 비서실장, 유민영 대변인이 회담장으로 들어갔다. 두 후보는 각자 사전에 준비한 회담 자료와 회담 중에 메모한 내용을 보면서 이날 합의한 7개 사항을 순서대로 구술했다. 문구를 정리하고 양측 대변인이 이를 정서해 두 후보에게 내용을 확인받는 데까지 45분이 걸렸다.

이후 노 비서실장과 유 대변인의 스마트폰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오후 8시 2분쯤 두 후보는 회의실을 나섰다. 문 후보는 "잘 마쳤습니다"라고 했고, 안 후보는 아무 말 않고 떠났다. 두 후보는 곧장 각자 선거 캠프로 돌아가 선대위 관계자들에게 회담에서 오간 이야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