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신뢰 외교와 새로운 한반도'를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 역량을 결집하고 국제사회와 협력을 통해 통일을 실질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일 추진을 자신의 외교·안보 정책의 핵심으로 삼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는 "실질적인 평화를 기초로 군사적 대결을 완화하고, 경제 공동체를 건설하는 '작은 통일'을 이룬 뒤, 궁극적으로 정치 통합을 통한 '큰 통일'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또 일종의 남북 간 대표부 역할을 하는 '남북교류협력사무소'를 서울과 평양에 각각 설치하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외교·안보 정책의 혼선을 막기 위해 컨트롤타워인 가칭 '국가안보실'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이날 "유화 아니면 강경이라는 이분법적 접근에서 벗어나 균형 잡힌 대북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전 코리아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붙인 몇 가지 대북 유인책을 제시했다. 박 후보는 "개성공단의 국제화와 지하자원의 공동 개발을 추진하겠다" "북한의 전력·교통·통신 등 인프라 확충과 주요 국제금융 기구 가입 및 국제 투자 유치를 지원하겠다" "나진·선봉 등 북한 경제특구 진출도 모색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는 "북한 지도자와도 만나겠다"며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도 밝혔다.

박 후보는 이어 "2015년 전시작전권 전환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했다. 미군 사령관이 전시작전권을 갖는 현재의 한미연합사 체제에서 한국군이 작전권을 갖는 체제로 바꾸겠다는 것으로 노무현 정권에서 추진했던 정책이다. 박 후보는 그러나 북한으로서는 '껄끄러운' 정책도 공약에 포함했다. 무엇보다 '통일(統一)'을 중요한 정책 목표로 제시했다. 체제 위협을 느끼고 있는 북한은 남측에서 통일이라는 말을 거론하는 자체도 꺼려왔다. 특히 박 후보는 "자유민주주의 질서에 기초한 민족 공동체 통일 방안을 계승·발전시키겠다"고 했는데, 이는 공산주의 체제 유지를 최고의 가치로 삼고 '연방제 통일'을 주장해온 북한을 자극할 소지가 있다.

박 후보가 "북한인권법을 제정하고 국제사회에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겠다"며 "탈북민 보호와 지원을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강제 북송을 막기 위해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등 국제사회와 협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한 것 역시 북한은 '채찍'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