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부터) 서현진, 권준명 예비부부

서울시 신청사에 마련된 시민청에서 결혼식을 올릴 제1호 부부가 4일 발표됐다. 2013년 1월12일 시민청 개관을 기념하고 불필요한 낭비를 없앤 소박하고 아름다운 결혼문화를 선도하기 위해 시민청 이벤트홀에서 매주 토요일 '작은 결혼식'을 열기로 했다.

그 첫 번째 쌍을 뽑는 공모에 총 17쌍이 신청했고 1차 사연심사와 2차 인터뷰 심사를 거쳐 최종 한 쌍을 선발했다.

주인공은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 중인 서현진씨(26·여)와 응급의학과 레지던트로 일하고 있는 권준명(26)씨로 연애 1년차 예비 신랑신부다. 시민청을 알기 전에 일반 예식장에 계약도 했었다는 두 사람은 결혼식을 사치스럽게 하고 싶지 않았지만 막상 준비하면서 자신들도 결국 남들 하는대로 결혼하는 수밖에 없구나 생각했던 차에 시민청 ‘작은 결혼식’ 공고를 보고 망설임 없이 신청했다.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운 결혼식을 하길 원했던 두 사람의 이상이 시민청의 작은 결혼식 컨셉과 맞았으며처음엔 섭섭해 하던 양가 부모님들도 최근 확산되고 있는 ‘작은 결혼식’을 접하면서 지금은 두 사람의 적극적인 지지자로 변했다고 서 씨는 설명했다.

두 사람은 양가 부모님의 동의를 얻어 예단, 폐백, 축의금을 생략하고 여기서 절약한 비용을 도움이 필요한 곳에 쓸 예정이다.

시민청의 작은 결혼식에 드는 비용은 10만원에도 못미치는 이벤트홀 하루 사용료가 전부다. 그외 예비 신랑 신부가 결혼 비용으로 쓰는 기타 경비는 서울시가 정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500만원을 넘어서는 안된다. 이들의 결혼식은 시민청 첫 결혼식을 기념해 메이크업, 헤어, 사회, 축가, 사진촬영 등 다양한 분야의 재능 기부를 받아 '시민과 함께 만드는 특별한 결혼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굶는 아이들을 보면 뷔페에 데려가서 마음껏 먹이고 싶다는 서 씨는 “현장학습에 돈이 없어서 못가는 학생들도 많다”며 “결혼식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절약한 돈을 병원에 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민청 1호 부부로 선정된 소감을 묻자 오히려 서씨는 소박하게 치르고 싶었던 결혼식이 많은 관심을 받게 돼 걱정과 부담이 앞선다고 답했다.

지인들에게 시민청에서 결혼식을 올리게 됐다는 소식을 전하자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지 왜 너희들이 시민청에서 결혼식을 올리냐”는 말도 들었다는 서씨는 “사실은 어제까지도 우리가 받아도 되는 혜택인지에 대해 고민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관공서에서 열리는 결혼식이 저소득층이나 특별한 사연이 있는 분들만 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서울에 거주하는 평범한 부부들이 가지는 결혼식 비용 부담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며 "이런 목표에 서씨와 권씨가 가장 적합한 커플이었다"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작은 결혼식을 일반적인 트렌드로 만들고 싶다”며 “시민청에서 열리는 결혼식을 통해 불필요한 곳에 큰 돈이 많이 드는 기존의 결혼 문화를 개선하고 작은 결혼식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결혼식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