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상품에는 유독 ‘숨은 수수료’가 많다. 이런 수수료 때문에 보험계약을 단기간에 해지하면 소비자의 손실이 커지고 보험료 자체를 높이기도 한다. 2021년부터는 보험설계사가 보장성보험을 팔고 받을 수 있는 첫해 모집 수수료가 월보험료의 12배 이내로 제한된다. 내년부터 보장성보험의 사업비도 낮아져 보험료가 3%가량 인하되는 효과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1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보험 사업비와 모집수수료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보험사가 상품 판매를 위해 설계사에게 판매 초기에 과도하게 시책(특별수당)을 몰아주면서 민원을 유발하고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우선 종신보험·암보험 등의 보장성보험의 모집수수료를 가입 첫해 월납보험료의 12배 이하로 제한하기로 했다. 월 보험료가 10만원일 경우 모집수수료를 120만원 내로 지급해야 한다.

현재는 보험계약 후 1년 이내에 해약할 때 모집수수료와 해약환급금을 더하면 납입보험료 총액보다 많은 기형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일부 보험사가 통상적인 모집수수료에 월보험료의 최대 6배에 해당하는 시책까지 지급했기 때문이다. 이는 설계사들이 단기간에 가짜계약(작성계약)으로 실적을 채우고 계약을 해지하는 유인이 됐다.

이에 따라 보장성보험 가입 1차 연도에 지급한 모집수수료와 해약환급금의 합계액이 납입보험료를 넘지 않아야 하며, 2차년 이후에 추가 모집수수료를 지급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모집조직의 소득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유예기간을 두고 2021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모집수수료의 80∼90%를 계약 초기 6개월 이내에 몰아주는 선지급 방식은 분할지급(분급) 방식과 병행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선지급 방식으로 1차년에는 900만원, 2차년에는 100만원을 받을 수 있다면 분할지급 방식으로는 1차년 600만원, 2차년 450만원을 받아 수수료 총액이 늘어난다.

보장성보험의 불합리한 사업비 체계도 개선된다. 보장성보험 중 향후에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저축 성격의 보험료에 대해서는 저축성보험 수준으로 사업비와 해약공제액이 적용된다. 해약공제액은 설계사가 보험계약 체결을 위해 투입한 노력을 인정해 보험계약 조기 해지 시 공제할 수 있도록 한 금액으로, 보장성보험은 월 보험료의 13배, 저축성보험은 월 보험료의 3배 수준이다.

다만 모집 조직의 급격한 소득 감소를 막기 위해 해약공제액 등을 현행의 70% 수준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보험료는 2∼3% 줄고, 2차 연도 환급률은 5∼15%포인트 개선될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치매보험 등 고령자 보장상품은 해가 갈수록 높아지는 해지율과 다른 보장성보험에 비해 최대 10%포인트까지 높은 사업비 등을 고려해 사업비와 해약공제액을 현행의 70%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이 경우에도 보험료는 3%가량 줄고, 환급률도 5∼15%포인트 개선될 전망이다.

특별한 모집 노력이 필요하지 않은 갱신·재가입 보험은 사업비를 최초 계약의 70% 수준으로 줄여 보험료를 3%까지 줄일 수 있다.

또한 해약공제액 한도를 넘는 사업비를 책정할 경우 해당 사업비를 공시하도록 했다. 최근 일부 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한도를 초과하는 사업비를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당국은 사업비가 과다한 보험상품의 공시가 의무화하면 보험료 2∼4% 인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당국은 이달 중 법규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하고, 하반기 중 법규 개정절차를 완료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