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애플사(社)가 아이폰 등에 사용하는 자사 제품의 지도에서 독도 명칭을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표기)'와 함께 표기하기로 결정했다. 애플이 지난 9월 중순 발표한 지도에는 독도가 단독 표기(일본에서 접속할 때만 다케시마)돼 있었지만, 일본 측의 항의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인 구글(google)이 자사 제품의 지도에서 독도의 한국 주소(울릉군 799-800)를 삭제한 데 이어 애플도 한 달 반 만에 독도 단독 표기 방침을 바꾼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영어판 지도도 독도를 '리앙쿠르 암초(Liancourt Rocks)'로만 표기하고 있으며, 야후의 영어판 지도는 독도를 지도에서 아예 표시하지 않고 있다. 세계적 인터넷·모바일 지도에서 독도의 단독 표기가 거의 사라진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31일 "지난 8월부터 시작된 한일(韓日) 양국 간의 충돌이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인터넷 상업용 지도 공간까지 번지는 양상"이라며 "일본의 의도대로 독도의 분쟁 지역화 이미지가 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애플은 지난 7월까지 독도를 다케시마(리앙쿠르 암초 병기)로 표기했다가 우리 정부의 항의를 받고 9월에는 독도로 바꿨지만, 이번에 다시 독도·다케시마를 병기하기로 했다. 정부 당국자는 "애플이 시장 규모에서 한국보다 몇 배 큰 일본의 입장을 반영한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애플과 구글 측은 “분쟁이 있는 지명 표기는 당사국의 합의가 없으면 병기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독도는 분쟁 지역이 아닌 명백한 우리 영토다. 이 때문에 독도를 분쟁 지역화하려는 일본의 전술에 한국이 밀렸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애플 측에 시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애플의 입장이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동해(東海) 명칭에 반대하는 일본의 공세도 거세다. 헝가리와 오스트리아는 지난 8월 유엔 지명회의를 앞두고 각각 자국 지도에 일본해와 동해를 병기하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일본의 항의를 받은 뒤 유엔 지명회의에는 병기 입장이 삭제된 국가별 보고서(country report)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헝가리는 유엔 지명회의 직후인 지난 9월 말 외교 당국과 지명위원회가 연석회의를 열어 2010년 결정했던 ‘일본해(동해)’를 병기하기로 했던 방침도 철회했다고 외교 소식통이 전했다. 이 소식통은 “헝가리 외교 당국이 일본과의 경제 협력 손실을 우려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구글은 동해를 ‘일본해(동해)’로 병기하고 있으며, 애플은 아무런 표기를 하지 않고 있다. MS 영어판은 ‘일본해/동해’라는 표기로 일본해를 앞세웠고, 야후 영어판은 울릉도를 서양식(프랑스어) 표기인 ‘다즐레 아일랜드(Dagelet Island)’라고 써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