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근혜·문재인·안철수 대선 후보들의 정책 브레인과 현직관료, 보수학자, 삼성그룹 관계자들 사이에 경제 민주화를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한국경제학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이 주최한 '경제 민주화,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다.

보수 성향의 경제학자들이 "재벌 규제를 핵심으로 하는 경제 민주화는 양극화 해소에 도움이 안 되고 경제 성장만 가로막는 포퓰리즘에 불과하다"고 지적하자, 각 대선 후보 측이 일제히 반박했다.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학자들은 자신이 하는 건 괜찮고 남이 하는 건 포퓰리즘이라 비난한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 홍종학 의원은 "현재 한국은 1920년대 대공황 직전의 미국 상황과 너무나 유사하다"며 "미국이 대공황 이후 각종 경제 민주화 정책을 통해 세계 최고 경제 대국이 됐듯, 재벌의 특권을 줄이는 것은 우리의 당연한 과제"라고 맞장구쳤다.

이어 안 캠프의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국민 모두가 경제 민주화를 기본적인 과제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정치권의 논의는 대기업 때리기가 아니라 한국 경제 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작업"이라고 했다.

현직 장관들도 보수 학자들 편에 섰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 제도나 관행은 바로잡아야 하겠지만, 우리 기업들을 압박해 시장 활력을 저해해선 안 된다"고 말했고,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소유구조만 바꾼다고 재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선 삼성생명 보험금융연구소의 이상묵 전무는 "삼성전자의 이익이 커진 것은 국내시장에서의 독점이 원인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며 "빵집 정도를 떼어내는 수준의 논의는 가능하겠지만 그 이상의 논의는 무책임하고 오히려 (양극화 해소 등) 문제 해결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