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기업들도 실적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 조정하고 있다. 올 하반기 들어 미국과 유럽에 이어 중국마저 경기 둔화 조짐을 보이면서, 실적 전망치가 가파르게 하향 조정되는 상황이다.

24일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실적 추정치를 발표한 118개 상장사 가운데 91개(77.1%)사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이달 초보다 낮아졌다. 삼성전자가 이달 초 3분기 영업이익이 8조원대였다고 깜짝 발표했지만, 다른 대기업이 깜짝 실적을 발표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SK하이닉스는 이날 D램 반도체 업황 악화로 3분기에 매출 2조4235억원, 영업손실 15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3분기에 비해 매출은 5.8% 늘었고, 영업적자도 2768억원에서 크게 줄었다. LG전자도 3분기에 매출 12조3758억원, 영업이익 220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경기 침체의 여파로 매출은 지난해 동기에 비해 4%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319억원 적자에서 흑자 전환했다. 포스코는 3분기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17.6% 줄어든 1조617억원을 기록했다고 23일 밝혔다. 3분기 영업이익은 추정치(1조862억원)를 밑돌았다. 포스코는 기업설명회에서 "4분기 실적이 3분기에 비해 좋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스코 주가는 24일 1% 넘게 떨어지는 등 나흘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일각에서는 "해외 주요 기업이 줄줄이 '어닝 쇼크'에 시달리는 것과 달리 국내 기업은 그래도 선방(善防)하는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국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은 이번 불황기를 오히려 세계 시장 확대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