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실존과 자아에 대한 탐색을 계속해온 작가 오원배(59) 동국대 미술학부 교수가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초대전 '회화적 몸의 언어'를 열고 있다.

그의 작업에서는 공장이나 어두운 교각 밑 등 사람들의 시선이 잘 닿지 않는 사회 곳곳의 구조물들이 배경으로 자주 등장한다.

작품 속 인물들은 이런 어두운 공간에서 온몸이 뒤틀린 채 초점 없는 눈으로 허공을 응시한다.

이번 출품작에서는 기존 공간들보다 배경이 한층 구체화했는데 작가가 최근 인천에서 발견한 철거를 앞둔 한 공장의 모습이라고 한다.

"그동안 시멘트 덩어리나 교각, 계단 등 미로를 떠올리는 구조물을 그렸습니다. 그런 구조물들이 우리를 옥죄고 억압하는 일종의 틀을 상징한다고 생각했죠. 이번엔 철거를 앞둔 인천의 한 공장을 찾아갔는데 구석구석이 예술적으로 느껴져서 이번 작품에 끌어들였습니다."

미술관 1층에는 역동적이면서도 어두운 인물과 공간이 등장하는 작가의 대표적 회화 작업을, 2층에는 인물이 배제된 채 구조물만 그려진 작업을, 3층에는 인물들의 역동적인 동작이 한층 두드러진 대작 등 20여 점이 전시되고 있다.

지하에서는 매일 일기 쓰듯 드로잉을 하는 작가가 1990년대 중후반 파리에 체류할 당시 그렸던 드로잉 중 200여 점을 골라 선보인다.

그의 등장인물들이 늘 초점 없이 허공을 응시하는 이유는 뭘까.

"오늘날 우리를 에워싼 부조리나 그에서 비롯되는 혼란스러움을 표현한 것입니다. 절대적 진리도 가치도 없는 이 혼란스런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군을 표현하려다 보니 모호한 표정을 지을 때 그런 느낌이 가장 잘 전달되는 것 같아서요."

전시- 11월11일까지. ☎02-720-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