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수수료율 인상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현대차와 카드업계의 줄다리기가 장기화되고 있다. 몇몇 중소형 카드사는 현대차의 인상안을 받아들여 협상이 타결 국면이지만, 신한·삼성·롯데카드 등 대형 카드사는 여전히 현대차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11일부터는 신한·삼성·롯데카드로 현대차를 살 수 없게 된다.

10일 카드업계와 현대차에 따르면, KB국민·현대·하나카드 등 일부 카드사와 현대차가 진행 중인 가맹점 수수료율 인상을 위한 협상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카드사들은 지난 1월말 현대차에 가맹점 수수료율을 0.12~0.14%p 올리겠다고 통보했다. 인상 시점은 3월 1일자였다. 하지만 현대차는 가맹점 수수료율 인상 폭이 너무 크다며 반발했고 10일자로 일부 카드사와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현대차와 개별 카드사는 수수료율 인상 폭을 확정하기 위해 협상을 벌여왔다. 현대차는 협상 과정에서 처음에는 수수료율 인상 폭으로 0.01~0.02%p를 제시했지만 이후 0.04~0.05%p로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KB국민·현대·하나카드 등 일부 카드사는 현대차가 제시한 인상 폭을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한 중소형 카드사 관계자는 "실무진 차원에서 계속 대화를 하고 있다"며 "월요일(11일)에 구체적인 공문이 오고 가면 협상이 마무리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신한·삼성·롯데카드 등 대형 카드사와 현대차의 협상에는 여전히 별다른 진전이 없다. 대형 카드사들은 현대차가 제시한 0.04~0.05%p 인상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가맹점 수수료율 인상은 정부의 카드수수료 개편 방안에 따른 '역진성' 해소를 위한 조치인데 현대차가 제시한 방안으로는 역진성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위원회는 작년 11월 카드수수료 개편 방안을 발표하면서 현대차 같은 대형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이 평균 1.94%로 중소형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2.18%)보다 낮은 것은 문제가 있다며 시정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보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카드사와 대형가맹점간 수수료율 인상 협상은 한창 진행 중이다. 현대차 외에도 이동통신사, 대형마트, 백화점 등 다른 대형가맹점과도 수수료율을 얼마나 높일지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의 입장을 손쉽게 들어줄 경우 다른 대형가맹점과의 협상에서도 카드사들이 수세에 몰릴 가능성이 커진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현대차의 카드사별 결제 점유율을 보면 현대카드사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대형 카드사들의 비율은 오히려 높지 않다"며 "현대차가 중요한 가맹점이기는 하지만 다른 대형가맹점이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 카드사가 쉽게 현대차의 입장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삼성·롯데카드와 현대차의 협상이 일단 결렬되면서 11일부터는 이들 카드사의 신용카드로는 현대차를 살 수 없게 된다. 기아차도 마찬가지다. 이들 카드사 관계자들은 "고객들에게 공지를 하는 등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며 "11일부터 계속 현대차와 협상을 진행해 접점을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BC카드로 현대차를 사는 것도 어려워질 수 있다. 현대차와 BC카드는 14일까지 협상을 진행하기로 한 상황이다. BC카드 관계자는 "14일 전에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신한·삼성·롯데카드만 있는 고객은 카드 신규 발급이나 결제방식 변경을 할 수 있도록 차량 출고일을 연기하거나 차량 대금 결제일을 일정 기간 연기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계약 해지 이후에도 현대차와 대형 카드사는 협상을 계속 이어갈 계획인 만큼 협상이 타결되면 바로 해당 카드를 통해서도 차량을 구입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