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서울대 대학원생들이 교수에게 인권을 침해당하는 사례가 매우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대 인권센터는 10월 10일 오후 서울대 캠퍼스에서 열린 '서울대의 인권, 어디에 있나' 심포지엄에서 서울대 대학원생들이 교수의 개인비서처럼 일하거나 강요 등으로 논문을 대필하기도 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서울대 인권센터는 지난 7월 개소 후 서울대 대학원생과 학부생 등 38명에 대한 심층면접을 실시했다. 이후 이를 바탕으로 설문지를 작성, 대학원생 1,352명과 학부생 1,040명, 전임교수 307명, 일반직원 34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 서울대 대학원생 중 프로젝트 등 과도한 업무량 등으로 인해 제대로 된 공부를 하지 못하는 이들은 무려 32.5%에 달했다. 게다가 응답자 중 27.8%는 공부나 연구를 하지 못하고 투입된 업무에 대한 제대로 된 보수도 받지 못했다.

10명 중 1명 꼴인 11.1%는 교수 가족의 일을 처리하는 등 개인비서처럼 업무 지시를 받기도 했다. 이들은 교수가 출장 갔을 때 교수의 집에 가 빈집을 지키는 개 밥을 주기도 했고 이미 은퇴한 교수의 집에서 잔디를 깎기도 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줬다. 교수 아내의 비행기표를 예매해주고 교수 아들 생일파티에서 풍선을 분 대학원생도 있었다.

또 서울대 대학원생 중 교수가 자신의 논문을 가로채거나 대필한 경우가 있다고 답한 이들도 8.7%나 됐다. 8.9%는 심지어 교수들이 선물제공이나 접대를 강요하기도 했다고 응답했다.

교수들이 대학원생들을 비하하는 등 인권침해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대 대학원생 중 28.1%는 교수에게 강제집합이나 행사동원을 당했다고 했으며 19.5%는 교수에게 폭언이나 욕설을 들었다고 했다. 또 성적 비하 발언을 들은 대학원생도 19.8%에 달했다.

이들은 교수가 '여자는 나이가 들수록 가치가 떨어지니 일찍 결혼해야 한다'거나 '여자는 머리가 안좋아서 공부를 많이 해도 훌륭한 사람이 못된다'는 성적 비하적 언행을 들었다고 했다. 일부 여학생은 회식자리에서 분위기를 띄우라는 강요를 받아 테이블 위에서 춤까지 췄다고 털어놨다. 한 여학생은 MT 술자리에서 윗사람이 여자 자신을 끌어안으며 가슴을 만지기도 했다고 답해 충격을 줬다.

그러나 이런 인권침해를 받아도 서울대 대학원생들은 교수에게 대응하지 못했다. 그 이유에 대해 서울대 대학원생들은 29%가 '관계가 불편해지는 것이 싫어서'라고 응답했고 22%는 '대응해봤자 바뀌는 것이 없어서'라고 답했다. '불이익이나 2차 피해가 있을까봐'라는 이유도 21%나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