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홀딩스 법정관리 신청 이후 일부 중견그룹이 연쇄 부도의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특히 건설사를 계열사를 두고 있는 일부 중견그룹이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계열 건설사의 부실이 누적되는 상황에서 금융권이 자금줄을 조이면 부도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28일 증권가에선 금융당국이 재무건전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알려진 몇몇 중견그룹의 실명이 나돌았다. 대부분 건설 계열사를 끼고 있거나 건설이 주업(主業)인 이 중견그룹들은 자금난으로 부도를 맞을 수 있다는 소문이 번지면서 주가가 하루종일 요동쳤다.

실제로 웅진홀딩스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도 건설 활황기인 2007년 인수한 극동건설에 발목을 잡혔기 때문이다. 보험업에서 안정적인 실적을 내던 LIG그룹도 건영건설을 인수한 이후 내리막길을 탔고, 효성그룹도 2008년 인수한 진흥기업에 큰돈을 쏟아부었다. 금호그룹은 대우건설을 인수했다가 그룹 전체가 휘청거리기도 했다.

문제는 세계적 경기 침체로 앞으로의 상황이 더 어려워질 것이란 점이다. 컨설팅업체인 모니터그룹의 스티븐 제닝스 대표는 "앞으로 최소 10년은 장기 저성장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국내 기업 관계자들도 "경기 침체가 적어도 5년은 갈 것"이라고 말한다.

웅진 사태가 장기 저성장 시대의 진입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저성장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앞으로 속속 퇴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4대 시중은행의 고위 간부는 "외환위기 때 같은 연쇄부도는 아니더라도 일부 그룹이 퇴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간부도 "이미 실물경제가 불황에 빠져 있고, 작년부터 저축은행이 수차례 구조조정을 당하면서 기업에 대출해준 돈을 빠른 속도로 회수하고 있다"며 "앞으로 실물과 금융 양쪽에서 기업이 더욱 압박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7일 재무상태가 악화되고 있는 2개 대기업 집단의 재무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기업들"이라며 "다만 아직은 재무 상황이 그리 심각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점검은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재무구조개선약정(워크아웃)을 적용할지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 금감원은 통상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 대상을 정하는 평가를 1년에 1회 시행하는데, 올해는 지난 5월에 이어 임시 평가를 추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기업 집단의 재무 상태가 빠르게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웅진그룹도 평가대상이었는데 갑자기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