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집단 총수들이 계열사 10개 중 한 개꼴로만 경영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는 등기임원을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7일 발표한 46개 대기업 집단의 지배구조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현재 총수가 있는 38개 대기업 집단의 계열사 1413개 중 총수가 등기이사로 등재된 곳은 157개로 11.1%였다.

삼성, 현대중공업, 두산, LS, 신세계, 대림, 미래에셋, 태광 등 8개 그룹은 총수가 계열사 한 곳도 등기이사를 맡지 않았다. 반면 영풍 장형진 회장은 계열사 23곳 중 13곳의 등기이사로 등재돼 가장 많은 등기이사 자리를 맡았다. 롯데 신격호 회장도 계열사 79곳 중 12곳에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다.

그룹별로는 부영(30.9%), 세아(29.8%), 대성(28.1%) 순으로 총수 일가의 이사 등재 비율이 높았다. 반면 삼성(0.3%), 미래에셋(1.3%), LG(1.5%)는 2%를 밑돌았다. 삼성그룹에선 이건희 회장 가족 중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만 유일하게 등기이사를 맡고 있다.

공정위 신영선 경쟁정책국장은 "상법상 '사실상의 이사' 제도가 있어 등기이사가 아니더라도 총수의 경영 책임을 물을 수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총수가 업무 집행을 지시한 사실을 입증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